Denfert-Rochereau RER역에서 열차를 기다릴 때면
늘 맞은편 플랫폼의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키오스크에 들어가 마담 피가로, 코스모폴리탄 등을 뒤적인다.
1유로짜리 특별호가 나오면 뒤져보기도 하고 시사잡지 중 볼만한 주제가 있나 눈을 바삐 움직인다.
이도저도 아닐때는 열차가 들어오기 전까지 플랫폼에 멍하니 서 있곤 하는데
가끔, 철로에 깔린 무수한 자갈에 시선을 빼앗길 때가 있다.
바로 자갈이 저절로 움직일 때다.
사실은 자갈이 아니라 쥐가 움직이는 것이다.
아마 메트로와 역사를 같이 한 듯, 몇 백년은 켜켜이 쌓인 듯한 먼지에 자갈은 너무나 시커멓다.
쥐도 거기에 살면서 보호색을 띠게 된 건지,
아님 열차 매연을 같이 맞아 그런건지 똑같이 잿빛이다.
언뜻 보아서는 자갈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던 자갈이 막 움직여 이동하면 수를 센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한 눈에 들어오는 시야를 cadre로 정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자갈들을 세는 건 퍽 재밌다.
쥐는 정말이지 끔찍하지만
멀찍이 있는 선로의 쥐는
그 순간 나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게임 캐릭터로 변모한다.
파리의 풍경과도 어쩐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피식피식 웃음도 난다.
이렇게
더럽고 소소한 취미를 갖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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