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 Buen Camino, My Life! # 아침마다 쥐 나서 깨는 것도 없어졌고 양쪽 어깨에 배낭자국과 함께 든 멍도 없어졌다. 어깻죽지와 종아리 근육이 찢어져라 아프지도 않다. 햇빛에 그을린 것 마냥 새까맣게 탔던 피부도 가라앉았다. 불긋불긋했던 베드버그 자국은 점점 희미하게 없어지고 있고 아스투리아스 마녀같이 뻣뻣해진 머..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1.03
#40. 스물 다섯, 40일간의 까미노를 마치며 #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이제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6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기지개를 켜다 어김없이 다리에 쥐가 났다. 왠만큼 주무르다가 그냥 걷기 시작하면 곧 풀린다. 침낭과의 사투에서도 늘 이긴다. 부피가 최소로 줄었을 때 재빨리 주머니에 우겨 넣는 기술이 한결 능숙해졌다. ..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1.01
#39. 산티아고행 노란 화살표(Fisterra-Santiago de Compostela) # 따뜻한 블랙커피로 아침을 맞았다. 추워서 그런지 자꾸만 커피를 찾게 된다. 노르테 알베르게에 주방까지는 아니었어도;; 아침에 커피 한 잔 끓일 수 있는 커피포트 하나 있다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하긴 이렇게 바라면 한도 끝도 없을 거다. 덕분에 나는 스페인 ..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1.01
#38. 마지막 여정(Santiago de Compostela-Fisterra : 89km) # '땅! 땅!' 돌길에 부딪히는 스틱 소리에 눈을 떴다. 창문을 빼꼼 열었더니 문틈으로 찬 새벽 공기가 훅 들어온다. 바깥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려 돌로 된 건물과 길이 모두 회색이다. 거리가 참 과묵해보인다. 어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순례자들이 스틱을 힘차게 짚으며 성당을 향해 가고 있었다. # 오늘..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0.31
#37.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Monte de Gozo-Santiago de Compostela:4.86km) # 바스락거리는 침낭 소리가 밤새 들렸다. 다들 잠을 뒤척였나보다. 나도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밤을 거의 새다시피 했다. 잠도 안오고 해서 일찍 일어나 출발하려는데 하나 둘 짐을 챙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다 일어났다. 이 알베르게의 새벽은 항상 이렇게 분주하고 설렐 것 같다. 오늘은 4.8km 한 시간..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0.31
#36. 카페 콘 레체 다섯 잔만큼(Pedrouzo-Monte de Gozo : 15.12km) # 몬테 드 고조(Monte de Gozo)까지 15km만 걸으면 되는 날이다. 물론 여기서 5km만 더 가면 산티아고다. 내친 김에 한 번에 갈 수도 있지만 산티아고 입성을 앞두고 설렘을 맘껏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 자신만의 까미노를 여유있게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아침 일찍 산티아고에 입성해 미사를 볼 사람들..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0.30
#35. 참 잘한 결정(Arzua-Pedrouzo/Arca O pino : 19.20km) #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소리와 눈에 닿는 손전등 빛때문에 잠이 깼다. 휴대폰을 보니 아직 5시다. 새벽 서너시에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만 이것도 참 생경한 풍경이다. 부시시 일어나 어제 널어놓은 빨래를 걷으러 밖으로 나왔다. 공기가 차 몸이 잔뜩 움츠러들어서는 건조대로 가는데 고개를 ..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0.30
#34. Francés Culture Shock(Arzua) # 어제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계속 자전거순례자들만 들어왔다. 어림잡아 봐야 10명 정도지만 쫄복 차림의 순례자들만 연이어 들어오길래 남성전용알베르게를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그 많던 여자 순례자들은 모두 손빨래가 가능한 곳, 주방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찾아 갔나보다;; 다행히 공간이 넓고 ..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0.29
#33. 마지막 북쪽길을 대하는 자세(Sobrado-Arzua : 22.35km) # 6시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오늘 7시 반 미사를 꼭 보러 가야했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배낭과 스틱을 챙겨 나왔더니 바깥이 아직 어슴푸레하고 수도원 안도 제법 쌀쌀하다. 시몬과 파스칼은 미사 보는 곳을 못 찾았다며 그냥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 번은 찾아보고 가..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0.29
#32. 수도원 알베르게를 향해(Miraz-Sobrado : 25.46km) # 이른 아침 솔솔 풍기는 빵 굽는 냄새에 눈을 떴다. 다들 졸린 눈이지만 호스피탈레로가 내어주시는 따뜻한 카페콘레체와 빵 한 조각에 미소가 한가득이다. 7시 반까지 아침을 먹고 출발해야 하는 알베르게 규정에 따라 부지런히 움직였다. 여느 때처럼 스틱을 잡으려는데 이상하게 손이 잘 안 쥐어진.. 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201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