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내 꽃의 역사

yurinamu 2015. 1. 29. 02:52



벌써 2주 전에 사 온 꽃을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방 한 켠에 머물렀던 꽃들을 모아봤다.

여기 이사온 후로 꽃을 다양하게 사봤는데

정작 사진으로 남겨둔 건 별로 없어 아쉽다. 


꽃을 사다 꽂는 일에 재미가 막 붙었을 초기에는 

종종 색이 좀 바래도 괜찮은 꽃잎을 모아 말려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진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꽃의 얼굴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해서

각각의 가장 돋보이는 얼굴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그 어울림을 만들어주는 것이 꽃꽂이라고

엄마가 누누이 말씀하셨거늘...

꽃꽂이 실력이 좀체 늘지 않는다.


그러나 근거없는 자신감으로ㅋ

기분이 좋아지는 데에 만족하는 것으로 

꽃을 사기 시작했다. 


네모나게 각이 진 긴 유리화병에

더 더 목이 긴 빨간색 꽃 한 두송이를 넣어두는 것도 좋다.

얻어걸린 듯한 겐조 이미지에 뿌듯해했던 게 좀 부끄럽긴 하나


어쨌든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꽃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기분좋은 일이다.


처음엔, 꽃을 왜 그렇게 자주 사냐는 친구 말에

'방 안에 나 말고 숨쉬는 생명체가 없으니까'

하는 말로 친구를 슬프게 했지만...

지금은 그 즐거움을 알았다.


내 집의 어느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꽃의 얼굴 하나, 표정 하나에

시선이 잠시 머무르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



일본에서 친구가 보내 준 랑그드샤 과자와 

내가 좋아하는 색 장미.

이 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친구도

무척이나 이 장미를 좋아하는 내 모습에 점점 마음에 들어했다. 

사진에는 좀 배추같이 나왔지만 

내 방, 빈티지 소품과 잘 어울려 더 좋아한다.







어릴 때 집에서 엄마가 보는 잡지에 나온 유러피안 부케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주황색, 파란색, 보라색, 흰색, 빨간색....

온갖 종류의 꽃을 섞어 한 데 모은 뒤 

가늘고 긴 녹색 잎으로 줄기를 꽁꽁 둘러맨 부케였다. 


망사 포장과 리본, 안개꽃을 너무나 싫어하는 나였기에;;

이렇게 간단하게 꽃을 포장하는 방법도 마음에 들었고,

마치 꽃이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에서

한 웅큼 쥐어 나온 듯한 신선함이 느껴져 좋았다.


우연히 꽃집을 지나다 형형색색의 장미를 본 순간

어릴 때 사진에서 본 그 부케가 생각났다.

겁도 없이 원색을 뿜어내는 이 꽃송이들을 집에 가져오기까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긴 했지만,

덕분에 무채색이던 집에 여름 내내 활력이 생겼다.

 




또 좋아하는 색 장미.





리시안셔스와 흰 장미, 정말 좋아하는 조합이다.

한창 유칼립투스를 사다 꽂아놓을 때라 같이 화병에 넣었더니

꽤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왔다. 

흰 집에 흰 꽃도 썩 괜찮다.







봄이 되면 꽃집에 항상 작약이 넘쳐난다.

뚜르에 살 때도 중앙로에 꽃 시장이 서면 

집집마다 지나며 작약을 구경하곤 했다.

여기 와서도 봄 되면 예외없이 작약을 한 번씩은 산다.

흰색, 옅은 분홍색 모두 좋아하는데 이 날은 진분홍색을 샀나보다.


조그맣고 야무지게 입을 앙다물고 있다가 

통통해지면서 비로소 망울을 터뜨리고 

겹겹이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져 갈 때

기분도 절로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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