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2014년 08월 21일 오후 09:10에 저장된 글입니다

yurinamu 2014. 8. 21. 21:11



내가 믿었던 사람이 맞나

이 사람을 앞으로도 예전같이 믿을 수 있을까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요즘 부쩍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아니, 정확히는 지난해 겨울부터다. 

전혀 의심하지 못했던, 가장 믿을만 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뜻하지 않은 일로 '배신감'을 느꼈다.


공과 사 구분못하는, 예의없는, 이기적인 것이라면 내가 딱 질색한다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어이없게도 그랬다.


재밌지만 체력적으로 달리는 일이 내게 힘들어서 어떡하냐며 

나라면 기회가 있어도 절대 그 일은 안 할거라면서. 어서 그만두라고. 여행가자고. 

정작 나는 힘들다는 얘기도 한 적이 없지만, 그 앤 항상 그렇게 위로(?)했다. 

괜히 시간을 못 내 미안한 마음에 주말에는 수시로 보고, 기차역에서 골아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함께 여행도 갔다. 

그동안 난 계약기간보다 3번이나 일이 연장됐다. 

야근이 잦고 병치레를 하면서도 내게 맞는 일이 한다는데 내심 즐거웠다.


어느덧 마지막 날, 전직원 엠티도 가고 바로 다음주 인수인계를 하기로 했다. 

지원자들 면접을 담당하는 상사가 사무실로 와서 ***씨랑 친하다며? 묻길래 그때까지도 이 사람이 어떻게 내 친구를 알까 의아했다.

전혀 낌새도, 일언반구도 없었고, 평소에 해왔던 얘길 보면 이 애가 내 자리에 몰래 지원한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나와 다음주 일주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해 숙박과 비행편을 모두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그런 그 애가 면접을 왔단다. 참나. 

얘기를 안 한 것이 서운하긴 했지만 아쉬운 맘은 잠시 접어뒀다. 

업무 마지막날이라 인수인계 준비도 해야했고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더구나 친구가 면접 중이니까.


몇 시간 후 상사가 지원자들 면접 분위기를 우리 팀에 얘기하러 오면서

근데 우리 일 많이 힘들다고 했어?ㅠ ***씨가 그러던데ㅋ 죽을만큼 힘들지만 해볼테면 한번 해보라고 한거야?ㅋㅋ

헐.......... 상사는 앞뒤 사정을 모르고 농담한 것이지만 

순간 얘는 뭐지? 싶었다. 면접에 가서 무슨 얘길 했길래 이런 말이 나오나 싶은거다. 

더구나 나한테는 말한마디 안했으면서 면접에서는 걔랑 친하다고, 그 얘가 일이 많이 힘들다고 해서 익히 알고 있다고 한 것 아닌가.

이게 무슨 X매너인가 싶었다. 

공사 구분 못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사적인 얘기를 한 것도 실례지만

내가 평소에 즐겁게 일한 걸 봐놓고도 그런 얘기들은 쏙빼고, 내가 하지도 않은 얘기들을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건 정말 용서할 수 없었다.


팀원들이 다들 걔가 지원했는지 몰랐냐며 의아해 했다. 근데 면접에선 친하다고 했다며? 다들 읭???? 분위기;;

면접이 끝났음에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집에 가는 중이었던 그 애에게 문자 한통을 보냈다. 면접 잘 봤냐고.

그때부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얘길 못해 미안하다는 둥, 날 찾아보니 없어 그냥 가는 길이라는 둥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평소 이런 행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수화기를 들어 따졌을 것이다.

친구든 뭐든 그 애 면접 결과가 어떻게 되든 말든, 내 마지막날이 망쳐지는 말든, 여태까지 공이 무너지든 말든.

하지만 침착하게,  좀 가라앉힌 후 얘길 들어보고 서운한 감정을 전달하든 따지든 이성적으로 해결해야지 싶었다. 

팀원들과 상사들이 어떤 사람이냐며 물어서 일 해본 경험이 있어 잘 할거라고만 얘기했다.

공적인 일에 이런 사적인 감정들로 엮이는 게 싫어서 객관적인 얘기만 하고 나와 그 애의 일로 덮어두려 했다.

언제부터 일 할 수 있냐는 다른 상사의 질문에 너무도 당연히 바로 할 수 있다고 했다며 면접 담당 상사가 말했다.

얘는 뭐지..... 여행 가는 걸 알고 있던 내 동료는 나처럼 기막혀 했다. 


문자를 보냈다. 

당장 다음주에 일주일 여행가기로 한 거 상사나 면접관에 혹시 얘기했냐고. 

안했단다. 면접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얘길 안 했단다. 

갈수록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꼭 필요한 얘기는 하지 않고 안 해도 될 얘기를 해서 남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별 다른 생각이 없다는 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랑 친하다고 얘기나와서 물어보시나봐. 상사들이 다음주부터 당장 일할 수 있냐고, 그리고 너에 대해 물어보시는 데 어떻게 얘기할까?'

나로서는 마지막 변명의 기회를 준 셈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그냥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ㅎㅎ' 였다. 

상황을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어 놓고 나를 바보 만들기로 작정했나 싶었다.

뒷일을 생각못할만큼 무지한 얘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일부러 이런 건가 싶었다.

본인 욕심 채우려 친한 친구를 곤경에 빠뜨리는 애였다니..


화가 머리 끝까지 나고 배신감에 휩싸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은 일이기에 나름 업무 마무리를 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던 마지막날과 1박2일 전직원 엠티는 악몽같은 추억이 되었다.

믿었던 사람이었기에 실망감이 더 컸고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에 대한 자책감도 들었다.  


꼬박 이틀이 지나 인수인계 전날 밤 연락이 왔다. 내일부터 일하러 간다고ㅎ

인수인계를 내가 해야 하는 데 너무 한다 싶어 모두 얘기했다.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미안하다는 사과도 받았다.

그 똑똑한 친구가 그런 뒷일을 예상을 못했다는 것도, 

자꾸만 내게 그런 말을 누가 했냐고 감정적으로 물어보는 것도 거슬렸지만,

상황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네가 앞으로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오히려 다독였다.


쭉 돌이켜 보면

마치 질투 어린 여자 중학생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법한 행동을 보이는데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남의 입에서 나온 흉을 듣고 다른 데 가서 옮기지 않는 내가 몹시도 편했나보다. 

늘 그랬다. 네가 가장 편한 친구라고, 너 만한 사람이 없다고. 그 속뜻을 그땐 몰랐다.

순진하게 그 애 입에서 나온 말만 듣고 안타까워했다. 

어쩜 저 아이 주변에는 저리 안하무인인 사람들만 있나.

아주 이상한 사람들, 아닌 사람들인 줄로 알았다. 

그 친구를 빈정 상하게 한다는 게 주 이유였지만 나름 고민이었기에 듣고 공감해줬다.

그런데 요즘 그 애는 주변의 한 두명과 '죽고 못사는' 코스프레 중이다.

그 사람들은 다름 아닌, 내 앞에서 무던히도 흉봐왔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게도 내 흉을 똑같이 봤겠지.  

자기의 잘못한 행동으로 피해입은 내 앞에선 미안하단 말로 사과하고, 

그들 앞에 가서는 사실은 쏙 뺀채 자신의 빈정상한 것만 그대로 전달했겠지. 

그 중 우연히 알게 된 그 애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끊긴 것만 봐도 불보듯 뻔하다.

 

지금은 그냥 작은 생채기 정도로 아물었지만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받아들이는게 예전만 못하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예전에 봐왔던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던 걸까.

여지껏 내게 해왔던 말과 행동들과는 정반대의 언행을 보여준 그 애는 뭐가 진짜일까.


그런 일이 있고 나니 사람들을 믿는 것에 두려움이 더 생겼다.

한 번 친해지면 믿고 100% 열성을 다하는 내가 잘못된 건가 보다. 

처세에 능한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을 좀 더 약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오랜만에 그녀를 봤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녀가 일하는 동안 지극히 감정적이고 안하무인인 동료를 만나 너무 고생했다며 열변을 토하는 걸 보면서 
자신의 업은 어떻게든 돌아오는구나 싶었다. 

예전 같으면 다신 안 볼 사람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는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신 비슷한 마음 고생 하지 않기 위해,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놓아두고 보려 한다.
너그러이 용서하고 '그냥 그렇게 두었다.'는 편이 맞겠다. 
그 애는 내가 친구로서 충고해줘도 그 뜻은 담지 않고 말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겠구나 느꼈기 때문이다.
또 그런 방식으로 삶을 살고 업으로 돌아오겠지 싶어 굳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나는 나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

생각들이 '내 안의 나'로 수렴해가는 듯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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