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초심으로 돌아간 하루

yurinamu 2012. 6. 14. 18:29

 

 

 

어제 메일을 받고 정신을 못 차렸더라면 기차 안에 앉아 있었을지도 모를 지금.

 

가뜩이나 그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 사람들 때문에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도 신경질이 다 나 있던 터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던가. 태도가 프로답던가. 이건 뭐 애도 아니고..

 

날 여기 다시 오게 한 이유를 애써 곰씹어보며 집에 터덜터덜 돌아왔다.

머리가 쭈뼛 서는 메일 한 통에 불과 30분 전 일어난 불쾌했던 일들이 싹 잊혀졌다.

뭐 늘 그런 식이지만 이번엔 스케일이 다르군.

 

다음날 당장, 옆 동네도 아닌 기차로 2-3시간 거리로 시험보러 오라니.

반나절 전에 알려준 것이 아님에 감사해야 하나.

그 다음주엔 개별 인터뷰도 있다는데 그것도 이렇게 급호출 하겠지;;

 

지하철 노선도도 새로 다운받고 건물 위치도 확인해 가며 기차표를 서둘러 검색했다.

마침 프린터 잉크도 똑 떨어졌는데 convocation은 어찌 인쇄하나 싶고.

필기시험은 뭐에 대해 3시간동안 보는 걸까. 등등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심박수가 요동치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상태에서 학과 catalogue를 다시 확인했다.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데 순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싶었다.

 

이전에 그렇게 지겨웠던, 이제는 떼어내려 하는 그 곳에 다시 손을 뻗치고 있는 이유가 뭘까.

난 하고 싶은 공부 하기 위해 온 걸까, 학교에 합격하러 온 걸까

혼란스러웠다. 내가 원하는 분야도 아니고, 덜컥 붙는다 치자. 그 다음엔?

계속 후회하며 다니겠지. 지금의 결정에 대해.

불안해서 나약해진 내 모습을 확인한 것 같아 속상했다.

 

'힘든 일이 생길 땐 너가 거기 왜 있는지를 생각해 봐. 그럼 답이 나올거야.'

어른들이 해주신 말씀이 이렇게 절절하게 다가올 줄이야.

다시 그 '처음'을 생각하니 간단해졌다. 그리고 명료해졌다.

 

결제 직전에 있던 기차표 예매 창을 다 닫았다.

지도와 convocation, 학과 페이지도 닫고 아까 하려던 일에 마저 몰두했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헛되지 않길, 보다 나은 선택을 위한 길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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