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regard melancolique

yurinamu 2012. 10. 30. 07:44

 

 

 

날이 부쩍 추워졌다.

계피넣고 오렌지, 레몬 넣고 뱅쇼를 끓였다.

감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달큰한 그 향이 더 맡고 싶어서였다.

 

와인냄비에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김을 보며

문득

내가.여기서.지금.뭐하나.

멍 해진 상태로 한참을 있었다.

 

표정이나 분위기가 여길 닮아간다고 하는 소리를 요즘 자주 듣는다.

뭐 썩 유쾌하진 않다.

모든 게 운치있고 앤티크, 빈티지로 보일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구겨지고 비에 젖은 갱지같아.

그걸 온전히 닮아간다는 건 참 슬프다는 생각 뿐.

 

그런데, 문득 문득 내가 하는 행동이나 생각이나 거울에 비친 표정에서

예전엔 '왜 그럴까' 싶었던, 이네들에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묻어난다. 

아주 사소한 것조차.

 

주말에 초를 한 가득 샀다.

요즘은 맛있는 것보다 와인, 커피, 양초 사는데 돈을 쓴다.

게다가 점점 쓰는 양도 많아지고 점점 더 독해지는 듯-

 

왜 그리 진한 포도주를 매끼 곁들이나

왜 맛있는 커피 놔두고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마시나

왜 전깃불 안 켜고 양초를 그렇게 많이 태우나 싶었는데

 

매 끼니 와인을 홀짝홀짝

대낮에 오 메독을 몇 잔 마셔도 이젠 띵한 것도 모르겠고..

 

옆구리에 두 손끼고 발 동동 구르면서도

테라스에 굳이 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고..

 

예전에는 몹시도 싫어했던 향초를 지금은 여기저기 피워놓고 지낸다.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웃는 요즘-

곰인형, 커피, 와인, 향초, 오븐만 있으면 살 것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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