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일단 숨돌리고..

yurinamu 2012. 5. 30. 06:49

 

 

 

자잘자잘 수많은 일들이 숨도 못쉬게 휘몰아쳤다.

그런데 치밀한 계획과 유동성 따윈 없다. 아니, 그걸 다 놓아버렸다.

그냥 이네 문화에 맞춰살려니 그렇듯 물흐르듯~ 바람불듯~ 

뭐든 일단 내 손을 떠나면 마음을 접어야 한다.

 

정신없이, 넋이 나가, 제정신이 아닌.

요즘 내 상태를 말하며 가장 많이 썼던 단어다.

지금 큰 목표는 저만치 있는데 훼방을 놓는 자잘자잘자잘한것들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이제 좀 시작해볼까 하면 어느새 스트레스 수치를 높여줄 무언가가 대기중이다.

자잘한 것들이라 우습게 보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몇 배로 커져서 돌아온다.

 

하루에 한 건씩 밀려 들어오던 폭풍같은 날은 지나갔지만,

예상치도 못한. 상식 밖의 일이 계속되다 보니 왠만한 일은 놀랍지도 않고 화도 안 난다.

어이없지만 조곤조곤 상황을 설명해 이 상황을 해결할 모든 방법을 동원할 뿐이다.

일 못하는 이 곳 공공기관과 각종 기업들 덕분에 편지 작문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항의편지 폴더를 따로 만들면서 이 곳 문화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구나 하면서도

첫인상과 다른 진짜 모습에 마음 속에선 점수가 팍팍 깎여 나갔다.

 

예전에 이웃나라에 있을 때 엄마랑 통화하면서 한 말이 생각났다.

"그래, 오늘은 뭐 할거야?"

"그냥 지나간 일만 말할게. 뭐 할거냐고 묻지마. 계획대로 되는 거 하나도 없으니까."

그 때 이미 지치고 실망하면서 마음을 접었나보다. 아닌가 마음을 굳게 먹은건가..

 

어쨌든 눈 앞에 보이는,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일들만 우선 해나가야 했다.

당분간도 그래야 하고..

 

분명히 한 번에 마무리 짓는 일은 없을거라 예상하면서도 일단은 꾸역꾸역 해나가야 하고,

한편으로는 어쩔수 없다고 인정하게 만드는 이 거지같은 시스템과 환경들 때문에 못내 불안했다.

 

내가 차근차근 준비한다고 해도 뭐 하나 수틀려서 전체가 삐걱거리기 일쑤이고

중간에 해결책은 커녕 딴지 거는 사람들은 꼭 하나씩 나타나며

잘 마무리되었다 싶은 일도 한참 후에 뒤통수 치는 일이 허다하다.

 

오늘도 힘빠지게 하는 내용의 관공서발 편지 한 통을 받아들고 터벅터벅 들어왔다.

허구헌날 계산을 잘못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점에서 또 한 건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왜 이러고 있어야 하지 하는 생각에 눈물도 나고 짜증도 났다.

가뜩이나 시간도 부족한데 할 일은 저만치 내팽개치고 몇 시간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클릭하며 정신짜깁기를 하고 있던 중 한 블로거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음식이나 생활패턴을 보고 여기인가 싶었는데 한국에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진들을 보니 여길 많이 동경하거나 혹은 그리워하는 듯 했다.

 

문득, 여기를 떠나는 순간 이 사소한 모든 순간들도 특별해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이렇게 얼룩덜룩한 시간들이 막상 그때가서 그리워지면 어떡하지.

정말 그땐 어쩌지.... 미칠것 같은 그리움 때문에 다시 온게 벌써 세번째인데

지금 이렇게 마음 한 가득 미움만 품고, 그때서 또 그러워지면 그땐 어떡하지..

 

나를 괴롭히는 모든 일들에 대한 원망이 쏙 들어갔다.

 

눈물 닦고

내일 작약 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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