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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는 남자], 이구용

yurinamu 2011. 5. 19. 21:43

 

 

저작권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음원 저작권을 둘러싸고 불법 무료 이용에 대한 논란에 거세졌을 때에도,

레포트를 쓰며 참고한 내용에 대해 출처나 각주를 표기할 때에도,

하다 못해 기사나 글을 제출할 때 파일 형식을 바꿔 복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동기들을 볼 때에도

새삼 저작권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출판 저작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국내의 한 에이전시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이들은 판권을 사들여 해외작가를 우리나라에 알리기도 하고

반대로 해외에 수출하여 우리나라의 우수한 작품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출판과 비즈니스, 마케팅이 적절히 어우러진 이 분야의 일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사실 작년에 해외에서 자리를 잡고 활동하는 에이전트의 책을 한 권 읽었다.

그 분이 국내에서 활동했던 에이전시가 바로 저자가 있는 임프리마 코리아였고

저자는 지금 KL엔터테인먼트로 독립해 한국 문학 저작권 수출 활동을 한다고 한다.

 

얼마 전 이슈가 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판권을 수출한 것도 저자다.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케이스지만 세일즈만으로 이룬 업적은 아니다.

작품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작가를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도 수개월이 걸릴 만큼 정성이 들어간다.

그 다음 목표하는 영역과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해외 에이전시와 접촉하고 세일즈 프로모션에 돌입한다.

장기전으로 가야만 하는 일련의 과정인 만큼 긴 호흡으로,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고 일을 한다.

 

저작권 에이전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다.

'진짜 저작권을 사고 팔까?' 혹은 '그 일만 하는 걸까?' 하는 이상한 질문도 들었다;;

그가 하는 일에는 저작권을 사고 파는 것 외에 거미줄처럼 얽힌 일들이 더 많았다.

다독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시장성과 매력이 있는 작품을 골라내는 안목도 있어야 한다.

글에 대한 관심과 작가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야 하겠고

적합한 번역자와 파트너 에이전시를 섭외할 수도 있어야 한다.  

각국 도서전이나 외신을 통해 출판동향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책 한 권을 알리는 것은 그 보람만큼이나 고된 일이었다. 

 

또 이 분야에서 능력과 경력을 인정받는 저자도 가끔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을 보면서

판권을 파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작품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척자 같단 느낌이 들었다.

한 명의 작가, 한 편의 작품을 알리는 것이라기보단 한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일이란 생각도 들었다.

저자 또한 그런 사명감으로 이 일에 매진하는 듯 보였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얼마 전 신문에 한 한국어 교재 사진이 실린 것을 봤다.

베트남어과 교수가 하노이의 대형 서점에서 발견하고 찍어 온 것인데, 그 교재는 표지부터 맞춤법과 구성이 온통 엉망이었다.

나도 하노이에서 서점을 이곳 저곳 갔었지만 해괴망측한 언어로 쓰인 교재를 볼 때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사실 이런 엉터리 서적 뿐 아니라 외국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책은 한 두 종류의 문학작품만 눈에 띈다.

그것도 일본이나 중국 서적 사이에 조금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며 맘 상하곤 했는데,

이런 책을 본 사람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로 비쳐질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과연 한국에는 문학이나 문화, 역사가 있다고 생각할까?

일본이나 중국의 어느 도시 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까지 들었다.

 

우리나라 문화가 힘을 받으려면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보다 늘어야 한다고 본다.

예술분야를 제외하고 우리가 다른 외국어를 배워 책을 읽을 때는

그 나라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이나 아동도서를 먼저 접한다.

해외 도서전과 출판시장에서 주목받는 우리나라 문학작품과 아동도서도 눈여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