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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훔쳐라 +3], 하라 켄야

yurinamu 2011. 5. 21. 13:19

 

 

 

일본인 디자이너라는 그의 정체가 책을 읽고 나서 더 모호해졌다.

포스터, 책, 위스키 라벨, 종이, 심지어 국수까지 디자인한다.

즐기면서 뛰어나게 하는 것을 보면 다방면에 출중하단 얘기겠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디자인 작업을 요리사의 역할에 비유했다.

요리사가 솜씨를 발휘하는 대목은 조리보다는 오히려 담아내기에 있다는 것이다.

담아내기에 따라 작품의 인상이 달라지기 마련이란 이유다.

물론 요리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이런 담아내기는 가장 뛰어난 셰프의 몫이다.

때문에 전적으로 동감하긴 어렵지만 저자의 작업과 역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특히 종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매력 넘치는 전통종이를 발견하면 벌꿀에 넋을 잃은 곰처럼 시간까지 망각해 버린다고.

일본에서는 꽤 규모있는 페이퍼 월드 전시가 열리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엔 종이만을 테마로 한 대형전시는 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도서전이나 아트페어에 나오는 상품화된 종이 말고 순수한 종이를 전시한 페어가 있다면

전통종이를 알릴 수 있고 책, 재활용상품, 종이공예 등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하는 상품들에도

더 많이 관심을 가질텐데 말이다. 

 

 

# <스무 살 감수성에게 파리는 먹어도 다 먹지 못할 거대한 카망베르 치즈 같아서

한 귀퉁이만 갉아먹어도 충분히 배가 불렀고, 과식하면 머리가 띵 하고 코피가 났다.(본문 중)>

 

파리가 예술가들에겐 한번에 받아들이기 버거운 만큼의 미적 충격이다.

작품 활동을 함으로써 무언가 새로 보탤 마음이 들지 않게끔 할 정도의 마력을 갖고 있다. 

정물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사과와 손으로 하나하나 깔았을 법한 돌바닥,

오래된 석재 건축물과 반짝반짝 다듬어진 현대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진 것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

 

거리조차 감당하기 힘든 밀도를 가졌다고 표현한 작가는,

오랜 기간에 걸친 철저한 도시계획도 있었지만 이를 잘 보존하고 유지하는 시민 의식이야말로

파리라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했다.

 

한 나라를 떠올릴 때 같이 그려지는 도시가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있다.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뚝딱뚝딱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결과물을 입히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의 도시 이미지메이킹을 보면 자꾸만 해 왔던 방식으로 덧칠만 하는 것 같아 아쉽다.

새 것, 같은 것을 갈구하며 온 지난 세월동안 잃어버린 무언가를 보상받으려는 것처럼..

도시가 가진 스토리,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란 걸 새삼 느낀다.  

 

 

# 건축가들의 파스타 전람회를 열었다고 한다.

건축가라 하면 프로젝트를 통해 늘 사회와 관련을 맺고 있지만

지적이면서 난해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이란 인상을 주는데, 이를 내려놓게 하고 싶어서였다.

파스타를 디자인하게 하였는데 그 도면도 칼 같이 보내왔다고..ㅋ

'복잡한 문제도 반듯하게 정리해서 생각하고 정면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못 배길 사람들'

이란 대목에선 웃음이 났다.

실제 디자인 된 파스타를 보니 기발하면서도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제품으로 만들어졌으면 싶지만 책으로도 나왔다니 우선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