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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yurinamu 2011. 5. 25. 21:54

 

영국에서 <80일간의 거래일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며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소위 잘나가는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떨쳤지만

컴퓨터 스크린에 비치는 숫자셈이 아닌 진짜 현실적인 시장원리를 체험해보기 위해

이른 바 '목적이 있는' 세계일주를 떠난 것이다.

 

거쳐간 나라는 북아프리카, 아프리카, 인도, 중앙아시아, 중국, 타이완, 일본, 멕시코, 브라질 등이었다.

먼저 경제 성장률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고, 신흥공업국으로 분류되는 이들 나라에서는

사업기회를 잡기가 비교적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소득수준이 낮은 최빈국이나 경제 수준이 높은 선진국은 제외했다고 한다.

 

처음 정한 장소인 모로코에서 카펫을 두고 협상하는 것이 꽤 흥미진진했다.

베르베르인들은 갓난아기 때에도 젖을 더 오래 먹게 해주면 그 기간만큼 얌전히 있겠다는

타협안을 내놓는다고 할 정도로 협상에 능하다고 했다. 수완도 뛰어나다.

단순해 보이는 카펫 하나에 온갖 스토리텔링을 부여해 신비로운 작품으로 변모시킨다.

지극히 단순한 시장 원리만으로 돌아갈 것 같은 전통시장에도

원가와 운송비, 마진을 고려해 밀고 당기는 전략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저자도 카펫을 떼어다 관광객들에게 팔며 경영학 기술까지 동원한다.

첫째,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한계선을 정하고 그 밑으로는 절대 양보해선 안된다.

만약 한계선에도 한참 못 미친다면 그냥 빠져나온다.

둘째, 협상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본다. 기준점을 세워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다. 물론 이런 사항을 협상 전에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그는 진짜 장사를 하면서 자신이 파는 물건에 대해 보유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좋은 상품에 눈독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맞다. 상품이 상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에 지장을 줄 만큼 자신이 파는 물건에 특별한 애착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세계 곳곳을 돌며 상인들을 만나고 협상할 때는 이렇게 온갖 전략을 세우고 준비했지만

실제로는 눈앞의 탐욕에 눈이 멀어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다던가

잘 모르는 물건에 투자했다가 적자를 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과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는 말을

새겨 듣지 않았다가 막대한 손해를 입는 뼈저린 경험을 한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교훈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게임하듯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거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속이 쓰렸겠지만^^;;

협상 자체를 즐기며 산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애초에 그의 목표는 다섯달 내에 순수 투자액의 두 배를 벌겠다는 것이었다.

일정은 구체적으로 정해두지 않았고 거래 품목은 다음 나라로 이동하는 중에 정했다.

카펫 외에도 낙타, 옥, 와인, 우롱차, 커피, 칠리소스 등을 팔아가며

결과적으로는 목표에 근접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더 큰 성과는 그가 5개월간 했던 산 경험. 

그것은 직장에 묶여있었다면 결코 돈을 주고도 사지 못했을 귀중한 가르침이다.

자신의 능력도 시험해보고 훌륭한 경험자산도 생겼으니 남는 장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