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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사랑한 한국], 필립 라스킨 외

yurinamu 2011. 5. 13. 18:44

 

 

외국에 다녀올 때면, 혹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물어볼 때면

과연 한국의 브랜드가 뭘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국가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국가 이미지 브랜딩이 취약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떠올려보면 막막하기만 하다.

김치? 비빔밥? 한국전쟁? 박지성? 삼성? 등등 한국을 구성하는 단어는 많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 자체는 아니다.

 

저자 12인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며 느끼고 생각한 점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적어두었다.

 

우리나라 국가브랜드위원회 외국인자문단이기도 한 필립 라스킨은,

한국이 단순 명쾌한 하나의 상징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복합적인 느낌으로 다가왔고

한국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털어놓는다. 

특정한 상징, 제품이 아니라 한국인을 통해 드러나는 한국의 정신이야말로 독특한 매력이 아닌가 하며

역동성, 유대감, 성취욕 등이 나타나는 요소들을 묶어줄 상위 개념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세계에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가족과 같은 결속력보다 개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장벽을 낮추는 것이란 해외 연수나 기업의 진출이 아닌 다양한 국제적 이슈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외부인을 위협적인 존재나 마케팅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존중하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외부의 견해가 부정적일 때 우리 국민들이 특히 민감해지고 토론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무조건적인 호응을 바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뒷걸음치거나 비난하지 말고 자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은 조직이 아니라 소비자이다. -A.G 래플리(P&G 전 CEO)>

 

 

한국의 식문화를 서술한마이클 페티드는 한국밥상의 장점으로 조화로움을 꼽았다.

일본의 초밥, 이탈리아의 파스타처럼 대표음식 하나가 아닌 밥상 그 자체라는 것이다.

다양한 맛, 냄새, 질감, 온도가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 하나의 음식이고 문화인데

비빔밥을 홍보하거나 떡볶이를 외국인 입맛에 맞춰 수출하는데 급급해보인다는 것이다.

음식 그 자체도 조화롭지만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

직접 고기를 굽고 양념을 넣으며 기호에 맞게 요리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바로 한국을 경험해보지 못한 외국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독특한 식문화라 했다.

 

 

오랫동안 한국학을 연구해 온 베르너 삿세는 한글의 우수성에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고유의 언어는 있지만 그 언어를 표기할 문자가 없는 민족은 수없이 많다. 

우리 문화와 가치관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말과 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발음할 때의 혀 모양과 소리의 유사성을 본따 만들었다는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도 입증되었고

문자 체계의 특성상 입력속도가 가장 빠르고 음성 인식률이 높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고 말했다.

 

 

마케팅 컨설팅 회사의 대표인 톰 코이너는 독특한 한국 소비자와 한국시장에 대해 말한다.

구매력도 높지만 구매 패턴이 다양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능동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월마트 대신 이마트가, 구글 대신 네이버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를 요모조모 들었다.

상품 자체보다 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특성, 애프터서비스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 등이 흥미로웠다.

 

 

에르한 아타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아줌마에 비유했다.

중국인은 스케일이 크고 대범한 아저씨, 일본인은 세밀한 데 능하고 많은 것을 신경쓰는 아가씨라면

한국인은 웬만한 시련에 눈 깜박하지 않고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인간미 있는 아줌마 같다는 것이다.

터키도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정과 흥이 많은 사람들이라 알고 있지만 막상 비유를 들은 것을 보니 더 공감이 간다.

 

해외에 우리나라를 알릴 기회도 많아지고 개인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것이 보편적인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에게 한국은 생소한 나라이고 밖에서 우리는 김 아무개가 아닌 '한국인'으로 비쳐질 때가 많다.

우리나라 브랜딩에 대해 고민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