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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갤러리], 도널드 톰슨

yurinamu 2011. 4. 8. 23:48

 

 

아트페어에 전시된 작품의 가격이나 경매를 보면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늘 궁금했다.

작가가 요구하는 선에서 이루어지는지, 갤러리나 경매사가 임의로 정하는 것인지-

저자가 말하길 미술품 딜러나 경매회사에서는,

미래에 작품을 구입할 사람이 지불할 금액이 곧 미술품의 가격이라고 한다.

고로 작품 구매를 둘러싼 광고효과, 문화적 지위를 누리기 위한 싸움이 작품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구입하는 행위 자체로도 그렇지만

그것을 소장하거나 전시하며 특별한 사회계층으로 인정받기 기대한다는 것이다.

지위에 기대되는 올바른 취향과 특별한 안목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예술품을 택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유명 작가들은 자신의 브랜드네임을 걸고 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마치 다른 형태의 명품처럼-

 

 

# 일전에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를 보고 나니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가 궁금해졌다.

작은 규모의 아트페어에서도 그렇게 열기가 뜨거운데 해외의 내로라 하는 곳의 풍경은 어떨까.

 

런던 킹스트리트에 위치한 크리스티 건물에서는 따로 예약석을 마련해 초청객들로 채우기도 하고 

소더비 경매에서처럼 입장 제한을 두지 않기도 한다. 물론 딜러와 컬렉터들은 특별 예약석에 착석-

600여명 중 실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30여명 정도이고 전화로 참여하는 사람도 40여명 선이라 한다.

경매는 상당히 빠른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입찰자의 구매욕을 상승시키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분위기를 타고 어느 정도 가격이 형성되면 갤러리 딜러들과 노련한 응찰자들이 개입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또 현장에서는 샹들리에라 부르는 유령입찰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 입찰자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경매장의 분위기를 유도하는 경매사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들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행동한다.

더불어 해박한 미술지식과 능수능란한 화술을 지녀야 한다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다소 의아했던 것은, 경매물건은 '반드시 흑인이 운반해야 한다'는 뉴욕의 원칙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운반하도록 한다'는 런던 원칙도 있다는 것-

 

그런데 입찰자들이 시시각각 치솟는 금액에도 열을 올리며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낙찰에 실패하면 예상보다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지출하지 않게 돼 다행이라는 안도감보다

기대했던 것을 갖지 못했다는 상실감이 더 크다고 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

그래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한 번만 더에 손을 뻗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 갤러리, 큐레이터들 사이에서 작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딜러, 컬렉터들 사이에서 어떻게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평소에 관심을 두던 분야기도 했고 최근 사회적 이슈로 심심찮게 보도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딜러들은 이 무형 자산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 것일까-

저자가 만난 딜러들은 가격 책정에서 시그널링(signalling)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했다.

즉 어떤 상품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이 때 작품의 크기는 반영되지만 질이나 작품성은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고.

신인작가의 경우 작품가를 좌우하는 요인은 주로 딜러의 명성에 달려있고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면 후에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 마케팅을 이용하는 것이다.

 

 

# 아트페어는 15세기 중반 벨기에의 안트베르펜 지역에서 개최된 판드(pand)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곳의 성당 관할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번에 6주동안 개최되었고 많은 미술 상인들이 한데 모이는 장이었단다.

19세기 말 파리의 대규모 전시회를 시작으로 1913년 뉴욕에서 아모리 전시회라는 최초의 아트페어가 개최된다.

다음은 국제적으로 손꼽히는 4대 아트페어.

 

*TEFAF 유러피언 파인 아트페어

-3월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려 '마스트리히트 아트페어'로도 불린다.

*바젤 아트페어

-6월 스위스에서 열린다.

*바젤 마이애미비치 아트페어

-12월 마이애미에서. 바젤 아트페어 측이 미국을 겨냥해 독립시킨 것이다.

*프리즈 아트페어

-10월 런던에서 개최된다.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관람하기에 최악의 장소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최고의 수작을 최악의 방법으로 보여주는 곳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

분위기도 갤러리와 같을 수 없고 사람들도 너무 많아 한 작품 제대로 관람하기가 힘들다.

조명 또한 관람객의 안전을 고려해 작품에만 집중하도록 설치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진작가의 뛰어난 작품을 발견하게 되거나 마음에 드는 작품을 쇼핑하듯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아트페어가 여전히 미술품 시장에서 무시못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 하다.

 

아트페어에서 미술품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여기서 1점만 훔친다면 무엇이 좋을까'하며 감상해 볼 것을 제안했다.

끌리고 욕심나는 작품이 있다면, 그 앞에 가서 30초쯤 바라보며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당부한다.  

러시아, 인도, 중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눈길을 돌려볼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참고로 빨간색, 밝은쪽, 가로 캔버스인 작품이 많이 팔린다고.

과일보다 꽃, 풍경보다 상징화, 남성보다 젊은 여성, 국화보다 장미를 그린 작품이 또 그렇다.

참, 재미있는 신세계를 보고 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