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가 선정한 화가 랭킹 중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아이디어 화가에 있었다.
르네 마그리트, 호안 미로, 앤디 워홀, 파울 클레 등-
고흐나 샤갈, 밀레, 모딜리아니, 폴록 심지어는 알타미라 동굴벽화까지
스치듯 보았던 혹은 마음에 두었던 그림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 명화는
구성이 너무나 완벽해서 하나의 '우주'가 되는 그림들이라 했다.
'부분적으로도 완전하고 전체적으로 빈틈없이 균형을 이룬다'
-즉, 존재의 이유(raison d'etre)가 타당한 그림들
저자도 예로 들었던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과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
몇년 전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에도 이들 작품에서 풍겨나오는 아우라가 굉장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고 설명을 들으니 더 놀라웠다.
겹겹이 쌓인 구도, 소품의 의미, 분위기 등..
평면적인 그림으로도 공간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루브르 전시실 벽에 비스듬히 기울어져 걸려있던 루이 14세 초상화가 생각났다.
수업시간에 그리도 봐왔던 태양왕의 얼굴이건만, 이건 정말이지 작품에 압도된다는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헉 했다. 그림 속 인물이 주는 상징성 때문이라기보다 작품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디테일한 부분을 봐도 역시 정교하고 치밀했다.
명작의 위대함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 꽤 오랫동안 르네 마그리트의 <심금(La corde sensible)>을 지니고 다녔다.
다이어리, 휴대폰 배경화면, 노트북 등.. 그냥,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르네 마그리트 전시 때 <심금>을 실제로 보고 멍~ 하게 한동안 앉아있었다.
스텝이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15분, 20분을 그렇게...
<빛의 제국>이나 <유혹자> 등 그의 작품 대부분이 그렇지만, 보고 있으면 마치 꿈 속에서 웃는 느낌이다.
예뻐서 웃고, 생각하다 웃고:)
저자는 <빛의 제국>을 좋아해 프린트된 복제품을 방에 붙여 놓았단다.
'마치 꿈의 세계를 의식이 확실한 상태에서 산책하는 듯하다'는 감상을 보고 흠칫 놀랐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통할 수 있도록 감상을 이끌어 내는 르네 마그리트가 더욱 존경스러웠다.
저자는 친절하게 명화를 감상하는 법을 덧붙였다.
미술관이라면 현기증이 나는 사람들을 위해, 명화 감상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가 본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의태어, 의성어를 사용하고
구체적인 부분이나 느낌을 전달하자는 방법이 가장 맘에 들었다.
아이들이 주로 하는 방법이지만 부담없이 그림을 대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듯 하다.
느낀 것을 자기 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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