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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마 뛰지마 날아오를거야], 안주용

yurinamu 2011. 4. 3. 22:01

 

 

저자가 유랑동반자를 만나 한 순간 마음의 소리를 따르기로 결심한 건,

본인이 갈망하고 있던 것에 대한 해답을 비로소 찾았기 때문일 거다.

'나는 그 동안 내가 자유로운지 아닌지,

자유롭다면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서.

 

나는 탈출이라고 감행했던 그 여행에서 과연 자유로웠나? 그리고 지금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여기 저기를 떠돌수록 어디 어디를 다녀왔다는 것이 또 다른 의무가 되고

사진을 찍고 메일을 보내고 기념품을 사면서 흔적을 남기는 것이 여행에서 내가 진정 원한 자유였나 싶기도 했다.

사실, 정말 바람처럼 이곳저곳 누비는 친구를 만나 얘기를 들었을 때 비로소 이걸 느꼈다.

하지만 머릿 속이 하얘지던 그 때에도 결국 나 자신을 속였다. 현실과 타협했다.

나는 이래야 한다고, 이게 내 방식의 자유로움이라고.

 

<낯선땅에서 나의 존재를 어떻게든 증명해 보여야 할 것 같은 압박은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도는 내내 나를 쫓아다녔다.

그토록 불안하고 두렵고 외로웠다.(본문 중)>

나와 꼭 닮은 생각이었기 때문인지 마음 한 구석이 시큰했다.

그리고 히욘 바닷가에서 머릿속은 하얘지고 입은 꽉 막혔던 날, 내 심정도 딱 이랬다.

<여행을 하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이제 곧 여행을 마칠 때가 다가오니 마치 해답을 찾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백지 시험지를 들고 시험을 마치는 기분이에요.>

 

칭찬에 길든 착한 아이.

이 아이가 배운 것은 남들의 박수소리와 관심어린 눈빛을 눈치채고 기대에 부응하는 것.

나보다 남들의 행복과 부러움에 반응했던 것이 진짜 나를 보지 못하는 나는 만든 것 같다.

 

부모님과의 갈등을 겪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저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안정적으로, 기대하는 바대로 겪기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가치관,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내 인생을 꾸려가고 싶다고 말하는 저자의 용기에

더 마음이 갔기 때문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싶어서, 난 용기를 못 내는 것 같아서 괜히 눈물이 났다.

 

-쉽게 살겠다는 말이니 -단순하게 살겠다는 거야

-포기하겠다는 말이니 -가짜를 포기하고 진짜에 도전하겠다는 거야

-도망가겠다는 말이니 -더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거야, 자유로부터

-엄마의 사랑이 너에겐 자유의 감옥이었니 -둥지를 떠날 때가 되었을 뿐이야 (본문 중)

 

저자가 부모님을 잘 설득하고, 부모님도 저자를 다 이해하고 헤어질 것 같았던 인도 상봉얘기-

끝내 내달릴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서로의 이야기가 참 먹먹했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한 선택이 후회는 없을 테지만 때로는 주변을 보며 가는 여유도 있었으면...

그리고 나 보란 듯이 잘 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