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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배신], 윌리엄 레이몽

yurinamu 2011. 4. 2. 23:30

 

 

이 저자, 내가 선망하는 직업은 다 가졌다.

시사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도 기획하고 도서출판 기획도 한다.

Canal+에서 시사프로그램<90분>도 진행한다고 하는데 조만간 챙겨 봐야지:)

 

이건 분명 책인데 영상미가 있다. 응?

글을 읽는데 다큐멘터리처럼 영상이 그려지고 장면장면이 편집된 채로 슉슉 넘어간다.

잘 읽히는 글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사실을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묘한 힘이 있는 듯.

 

 

# 고기에 옥수수죽 같은 여러 액상물질을 넣어 연하게 만든다니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이 미국와 유럽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가공방법이며,

특히 유럽연합 차원의 법규를 따르지 않는 네덜란드에서는 

물, 나트륨, 돼지 단백질 등이 최고 35%이상 함유된 강화 닭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다고 한다.

저자는, 덜 씹고 더 잘 소화시켜 더 많이 소비하게 하는 이러한 식품업계의 전략에

우리가 어른들의 이유식을 먹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을 위해 적색육류보다 콩이나 생선, 혹은 닭고기를 먹는 것이 낫다고도 얘기하는데

어찌됐든 고기에 거부감 갖게 된게 고마울 정도ㅠ

 

 

# 1960년대 프랑스에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을 처음 만든 사람, 자크 보렐.

그는 패스트푸드점 윔피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간편하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인기를 끌며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70년대말 먹을거리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면서 집중적으로 비난받았다.

 

식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비교적 건강한 식단을 자랑하는 프랑스에서도 최근 비만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예전과 달리 패스트푸드점이 눈에 많이 띄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이 더 많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프랑스 식문화에 기여한 바로 보렐에게 레지옹드뇌르 훈장을 수여했던 정부가 

최근 '비만 퇴치를 위한 80개 제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일까-

 

학교 급식을 맡고 있는 외주사의 영향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들은 학생들의 먹거리 선택에 대안이 없도록 조치를 취했는데 엘리오르 그룹도 그 중 하나다.

뽐드뺑, 폴, 퀵, 막심, 에디아르 등 유명 프랜차이즈와 파리소재 박물관의 구내 식당 운영 역시 맡고 있다 하니

가히 그 규모가 엄청나다. 학생 때는 물론이거니와 사회 생활을 시작해도 자기 입맛에 익숙한 음식을 찾으니

누구나 쉽게 인스턴트를 접할 수 밖에..

  

 

# 저자는 또 옛날에 비해 신선식품의 영양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대화된 재배 시스템으로 과일, 채소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줄어든 대신 수분 함량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토마토 한 개만 먹어도 섭취할 수 있었던 영양소가 지금은 토마토 몇 개 이상과 맞먹는 다는 것.

현대 농업이 증가시킨 것은 오직 수확량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비타민이 등장하는 이유도,

양껏 먹고 이렇게 질병이 많은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토마토를 보고 예전과 좀 다르다고 말씀하신게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씨와 연두빛 속이 많은 토마토를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토마토는 대부분 살이 두툼하고 속이 별로 없다. 이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작 가능한 토마토 5,500여종 중 6종~11종만이 재배되고 있고 전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데

과육이 많은 토마토라야 통조림, 소스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기가 용이해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약하고 빨리 익으며 크기와 색깔이 고르지 않은 맛좋은 토마토는 그렇게 퇴출되었던 것이다. 

감자도 당분이 많아야 맥도널드에서처럼 1kg에 60센트에 사서 튀긴 다음 12달러에 팔 수 있다.

포테이토칩과 감자튀김, 케첩, 파스타 소스에 손을 뻗었던 우리 소비자들이

그리고 그것을 만든 식품업계가 지금 이렇게까지 오게 한 것이다.

 

 

# 저자가 기자라는 사실을 글 곳곳에서 참 많이 실감했지만 

그 중 단연 푸드네비게이터닷컴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B2B방식의 전자상거래 회사인 이 곳은 뉴스미디어라는 이름이 붙어 뉴스사이트로 오인하기 쉽지만

화장품이나 제약, 농식품 업계 등 특정 고객에게 서비스를 팔고 사이트를 통해 대변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저자는 이렇게 식품회사들의 보도자료를 객관적인 정보로 믿는 현실을 지적했다.

 

코카콜라 프랑스와 손잡은 생활실태연구소(CREDOC)의 보고서 내용은 더 뜨악했다.

수분공급 전문회사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회사와 이 메세지를 전파하고 장려하는 공공연구기관-

거의 기획취재에 가까운 사건의 전말을 추적해보면서 참 안타깝고 씁쓸했다.

유럽식품정보협의회가 재정 지원을 받는 곳과 그 곳의 회원기업을 보니

이렇게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