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ace culturelle/*.* (E)

델피르와 친구들

yurinamu 2011. 1. 31. 22:27

 

 

 

 

 

오늘 만난 첫 작품은 전시장 밖에 있었다.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의 작품 'Kiss by the Hotel de Ville'

 

사진작가인 줄로만 알았던 로베르 델피르(Robert Delpire)는

출판, 전시 기획, 영화 제작 등 다양한 작업을 거치며 대중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 듯 하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국립사진센터(CNP)에서 일하며 기획한 윌리엄 클라인 사진전,

기다란 필름이 늘어져 있는 듯 사진을 전시한 것이 인상깊었다.

 

 

 

 

"행복은 하는 것, 불행은 하지 않는 것"

상당히 다양한 활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가 신조처럼 여기는 이 말 한마디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책, 전시, 작품선정, 영화 등 무수히 많은 일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는 단연 책을 꼽았다.

 보급형으로 내놓은 포토 포슈(photo poche)라는 사진집이 그의 업적 중 하나로 칭송받곤 하는데

그것을 생각해 낸 계기를 [Le montreur d'images] 인터뷰에서 들을 수 있었다.

당시 학생 신분으로 책을 사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진과 그림의 차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림은 명상이고 사진은 1초의 선택이라고.

그림에는 작가가 개입할 여지가 사진에 비해 많다. 손과 뇌는 이어져 있어 붓(터치) 하나하나를 모두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은 기계가 잡은 많은 순간 중 한 찰나를 꼽아야 하기에 완벽하게 작가의 의도가 반영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진을 '평온한 불안'이라고 표현했다.

  

군인들이 겨눈 총부리 앞에 꽃을 든 소녀, 그 애절한 표정을 보고 발길이 잠시 멈추었다.

인도의 한 수행자 할아버지의 눈에는 태양빛과 빗물이 가득 담겨있는 듯하고  

손목에 찬 시계 너머로 보이는 텅 빈 도로는 시간과 공간이 모두 멈춰버린 듯하다. 

푸른 헤드라이트가 번쩍하는 것 같아 단번에 눈길이 갔던  씨트로엥(Citroen) 광고 사진,

차가 굉장한 속도로 달려오는 그 찰나를 잘 잡은 듯 했다.

 

 

 

 

 

그는, 좋은 사진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했다.

'텅 빈 테이블과 혼자 창 밖을 보는 여자, 단조로운 풍경들...'

좋은 사진은 테이블, 풍경, 여자가 만드는 미적 구도가 아니라

거기에서 느껴지는 '난 지금 우울해요'라는 메세지란 것이다.

 

그게 내가 어떤 사진을 보며 느꼈던 '말하는 사진'인 것 같았다.

가끔 사진을 보면 꼭 그것이 말하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 안의 풍경과 사람, 물건, 심지어 공기까지도 꿈틀거리는 것 같은.

모든 분위기가 조합해내는 '말', 내가 느낀 그 '말'이

바로 그가 말한 메세지인 듯 하다.

 

로버트 프랭크도 사진이 말하는 예술가라고 했다.

좋은 사진은 뭔가를 보여주기보다 의미를 담는다는 것.

역시 사람들과 소통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의미없는 형체는 없다'는 그의 말이 사진을 배우고 싶어하는 이 햇병아리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하고 한편 부담스럽기도 하다.

 

 

 

 

 

 

~2011.2.27.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