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40. 스물 다섯, 40일간의 까미노를 마치며

yurinamu 2010. 11. 1. 22:12

 

 

 #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이제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6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기지개를 켜다 어김없이 다리에 쥐가 났다.

왠만큼 주무르다가 그냥 걷기 시작하면 곧 풀린다.

침낭과의 사투에서도 늘 이긴다.

부피가 최소로 줄었을 때 재빨리 주머니에 우겨 넣는 기술이 한결 능숙해졌다.

옷→침낭→세면도구전자기기→보조가방.

배낭에 넣고 메었을 때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을 만드는 순서다. 

배낭 왼쪽 주머니에는 물과 지도,

오른쪽 주머니에는 비닐백에 싼 슬리퍼를 넣으면 준비 완료.

배낭을 어깨에 메고 끈을 쭈욱 당겨 등에 찰싹 달라붙게 한다. 

처음엔 아기업은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나와 한 몸인듯:) 

스틱을 잡고 이렇게 길을 나서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렇게 내 몸같이 자연스러워진 일련의 과정들이 오늘로선 마지막이다.

 

알베르게를 나서니 

영광스런 오늘을 맞이할 또 다른 순례자들이 성당을 향하고 있다.

나도 저 수많은 페레그리노 가운데 하나였지만,

까미노가 그렇듯 나만의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데 감사하고 뿌듯하다.

흙이 아직도 여기저기 묻어있는 등산화를 신고 산티아고 공항으로 향했다.

   

 

# 공항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북쪽길에서 만났던 독일 늦장멤버들이다. 선글라스남과 샤방남;;

알고보니 같은 알베르게, 같은 방에서 묵었던 것이다.

둘 다 새벽에 들어와 누군지도 몰랐나보다.

'어쩐지 체크아웃 시간 가까워오는데

늦게까지 잔다 싶은 사람들이 있더니, 이 두 명이었군'

 

피스테라까지 걷고 25일 오늘, 독일로 돌아간다는 얘길 했던게 생각났다.

 

샤방남은 여기에 와서 샀다며 밀짚모자를 자랑한다. 그래 예쁘다-.-;; 

둘다 얼굴이 진짜 집에 가는 사람들처럼 편안해보였다.

서로의 까미노를 축하하며 공항버스에 올랐다.

 

 

# 여유있게 왔는데 비자확인하고 1시간 기다려 탑승수속을 마치니 출발 15분 전이다.

산티아고 공항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지만

찬찬히 둘러볼 겨를도 없이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올랐다.

 

산티아고가 점점 작아지더니

구름이 이불처럼 가득 덮인 상공으로 쭉- 올라갔다.

이제 진짜 안녕이다.

Adios, Santi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