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이제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6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기지개를 켜다 어김없이 다리에 쥐가 났다.
왠만큼 주무르다가 그냥 걷기 시작하면 곧 풀린다.
침낭과의 사투에서도 늘 이긴다.
부피가 최소로 줄었을 때 재빨리 주머니에 우겨 넣는 기술이 한결 능숙해졌다.
옷→침낭→세면도구→전자기기→보조가방.
배낭에 넣고 메었을 때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을 만드는 순서다.
배낭 왼쪽 주머니에는 물과 지도,
오른쪽 주머니에는 비닐백에 싼 슬리퍼를 넣으면 준비 완료.
배낭을 어깨에 메고 끈을 쭈욱 당겨 등에 찰싹 달라붙게 한다.
처음엔 아기업은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나와 한 몸인듯:)
스틱을 잡고 이렇게 길을 나서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렇게 내 몸같이 자연스러워진 일련의 과정들이 오늘로선 마지막이다.
알베르게를 나서니
영광스런 오늘을 맞이할 또 다른 순례자들이 성당을 향하고 있다.
나도 저 수많은 페레그리노 가운데 하나였지만,
까미노가 그렇듯 나만의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데 감사하고 뿌듯하다.
흙이 아직도 여기저기 묻어있는 등산화를 신고 산티아고 공항으로 향했다.
# 공항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북쪽길에서 만났던 독일 늦장멤버들이다. 선글라스남과 샤방남;;
알고보니 같은 알베르게, 같은 방에서 묵었던 것이다.
둘 다 새벽에 들어와 누군지도 몰랐나보다.
'어쩐지 체크아웃 시간 가까워오는데
늦게까지 잔다 싶은 사람들이 있더니, 이 두 명이었군'
피스테라까지 걷고 25일 오늘, 독일로 돌아간다는 얘길 했던게 생각났다.
샤방남은 여기에 와서 샀다며 밀짚모자를 자랑한다. 그래 예쁘다-.-;;
둘다 얼굴이 진짜 집에 가는 사람들처럼 편안해보였다.
서로의 까미노를 축하하며 공항버스에 올랐다.
# 여유있게 왔는데 비자확인하고 1시간 기다려 탑승수속을 마치니 출발 15분 전이다.
산티아고 공항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지만
찬찬히 둘러볼 겨를도 없이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올랐다.
산티아고가 점점 작아지더니
구름이 이불처럼 가득 덮인 상공으로 쭉- 올라갔다.
이제 진짜 안녕이다.
Adios, Santi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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