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34. Francés Culture Shock(Arzua)

yurinamu 2010. 10. 29. 17:43

 

 

 

# 어제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계속 자전거순례자들만 들어왔다.

어림잡아 봐야 10명 정도지만

쫄복 차림의 순례자들만 연이어 들어오길래

남성전용알베르게를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그 많던 여자 순례자들은 모두

손빨래가 가능한 곳, 주방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찾아 갔나보다;;

다행히 공간이 넓고 침대수가 많아 시끄럽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6시 반이면 알람도 울리고 바스락바스락 해야 하는데

다들 지쳤는지 8시가 가까워서야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나도 짐을 챙겨 나왔다. 오늘 묵을 다른 알베르게를 찾으러~

 

9시가 넘었는데 배낭을 멘 사람들이 계속계속 지나간다.

줄을 지어 갈 정도로 너무나 많다.

배낭도 가벼워보이고 사람들끼리 서로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다.

어쩌다 사람을 발견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느라 멈춰섰던 북쪽길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오늘이 이틀째지만 여전히 당황스럽다.

 

소브라도를 올 때 바에서 독일인 아저씨 3인방을 만나 들었던 얘기가 생각난다.

프리미티보를 걷고 프랑스길에 들어섰다가 깜짝 놀라 소브라도로 돌아왔단다ㅋ

수백 명이 새벽부터 줄지어 가고 알베르게 전쟁을 치르는데 질렸단다.

물론 며칠 뒤 다시 합쳐지게 되겠지만

그 며칠만이라도 피신해있고 싶다는 말에 좀 웃기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그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

 

 

# 마을 사람들보다 순례자들이 많아보이는 이 곳,

오늘 역시 일요일이라 수퍼도 상점도 모두 문을 닫았다.

어쩜 주방 있는 알베르게만 찾으면 이러는지...

 

공립알베르게는 1시에 문을 연다고 해

등록이 가능한 다른 알베르게를 찾아가 짐을 풀었다.

 

정말 오랜만에 인터넷을 하는데 이유르츠에게서 메일이 와 있다.

내년 봄에나 휴가를 내고 리바데오에서 산티아고까지 갈 계획이라더니

내친김에 자전거를 빌려 나머지 길에 올랐단다.

지금 코루나(Coruna)에 있다고 하니 머지 않아 산티아고에 도착할 듯 싶었다.

작년에도 프랑스길을 자전거로 완주했다며

언젠가 꼭 해안길을 따라 자전거로 가고 싶다 했는데 소망하던 걸 이룬 셈이다.

 

 

 

 

# 우연히 성당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마침 12시 반 미사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미사 행운이 따르는~♪

이 곳 미사는 참 재미있었다.

아르주아의 모든 신자들이 모였는지 아담한 성당이 꽉 들어차고

앞에서는 성가대 대신 한 소녀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마을 성당에서 여름 음악회를 하는 느낌이다.

 

성당을 나와 마을을 둘러보는데 초입에 큰 관광버스가 두 대 선다.

'관광버스가 여기엔 왜?...'

사실 까미노를 오기 전에

'이 길엔 단순히 관광하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여행사에서도

'까미노 순례 여행, 199만원 특가'

뭐 그런 상품은 제발 만들지 않았으면.. 한 적이 있는데 

현실은 역시 달랐다. 

버스에서 관광객 순례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말았다.

 

 

# 알베르게가 커서 그런지 사람들이 물밀듯 들어온다.

그런데 안면이 없는 사람들끼리의 단체생활이라 그런가..

놀라운 일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가관.

 

배낭에서 물건을 꺼내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내 옷을 확 잡아당긴다. 헉;;;

할머니는 사과 한마디 없이 내 배낭 옆에 놓인 당신 가방을 태연히 정리하기 시작하시는데;;

참 당황스러웠다.

좁은 공간에서 맞은편에 오던 사람이 밀치고 가는 바람에

어깨를 부딪힌게 여기서만 몇 번째인지 모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누가 자도 전체 조명을 막 켜거나 옆에서 아랑곳않고 통화를 한다.

세계 어딜가나 예의 없는 사람은 있구나,

더군다나 유럽인데ㅠ 

 

윗층침대에 올라가 침낭 안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해보였다.

시끄러워 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찍 자리에 누웠다.

소수지만 늘 다음 알베르게에서 만나는 얼굴들이라 

가족같았던 북쪽길 사람들이 그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