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여기 사진도 적잖이 날아갔다.
컴터 용어를 스페인어로 알아갔어야 하는 건데ㅠ
인터넷 카페에 들른 다음날 사진만 듬성듬성 빠져있는 걸 보면
내 덜렁거림 때문이라고밖엔 설명이 안 된다.
그래서 더 속상하다-힝ㅜ
# 어제 밤 10시쯤 자리에 누웠는데 몸이 너무 피곤해서인지 잠이 안 오는 상황.
눈만 껌벅껌벅하며 있을 때 다영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윗층 침대에 누웠을 땐 사다리를 뛰어내려 갈 수도 없고 참 곤란하다.
한국에서 연락하고 딱 한 달만이다.
스페인 오면 내가 연락을 하겠다고 했는데 忍터넷을 쓰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하니 산티아고에나 가야 연락할 수 있으려나 싶었다.
어쨌든 반가운 한국사람 목소리닷- '어서 파리가서 보자구~!'
# 일어나려고 눈을 딱 떴다가 깜짝 놀랐다.
2층 침대라 왠만한 유럽사람들 눈높이인데
아랫층에서 잔 독일 샤방남이 일어나서는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젠 자는 것도 신기하니;;;;;;'
머리카락 잡으면 색깔 변할 것 같이 생긴 그 샤방남과
아침부터 백만스물둘, 백만스물하나 윗몸일으키기 하는 선글라스남은 오늘도 늦장인가보다, 나처럼;;
짐 챙겨서 내려가니 1층 주방은 이미 독일인 광장이다.
크리스티아나와 칼, 시몬과 동행인 파스칼, 늦장멤버 둘까지.
참 독일인이 많다. 자기들도 왜 이렇게 많이 오는지 모르겠단다.
테이블에 같이 앉은 파스칼 아저씨는 물리학자 내지는 공학연구소 교수님같다.
그런데 아침부터 과자랑 아몬드 초콜렛을 오도독오도독 깨물어드신다.
엄마 말 안 듣고 아침에 군것질하는 어린이 같다.
#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노부부와 어제 길 알려줬던 독일친구들 두 명이 앞서간다.
한 명은 다리까지 심하게 저는데 참 열심히 걷는다. 스틱을 목발삼아 가는 것 같아 안쓰럽다.
나는 무릎 통증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발은 물집이 나고 낫고를 반복하며 저항력이 생겼는지
이제 왠만큼 심하게 생기지 않고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가끔은 아예 마비된 건가 싶기도 하다.
아침에 쥐 나는 것만 빼면 견딜 만 하다.
요즘은 이 정도인 것에 감사.
지도를 보니 오늘은 차도를 꽤 많이 타는 편이다.
4~5개 마을을 거쳐 도착(한 것 같은데 일기장에 기록이 없다.)
이 마을은 굉장히 작아서 인포센터도 지도도 없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성당을 찾았는데 이 역시 문을 닫아 주변을 둘러보기만 했다.
마침 도착한 다른 순례자 할머니의 도움으로 성당 안에서 400년 된 밤나무를 구경했다.
그냥 고목이겠거니 했는데 뒤로 돌아가니 나무 기둥이 비어있고 그 안으로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 조각이 보인다.
어린이 한 명이 웅크리고 들어갈만한 공간에 참 정교하게 조각해 놓았다.
옛날 민담에 나오는 것처럼 이 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여겨질 듯 하다.
# 방으로 된 침실의 1층 침대를 배정받았다.
알베르게에서 준 시트를 깔려고 하는데
아주 키가 큰 프랑스인 할아버지가 내 윗층 침대에 시트를 놓으신다. 꽤 난감한 표정이시다.
이렇게 되면 1층에서 자는 나나 2층에 올라가시는 할아버지나 둘다 불편하다.
자리를 바꿔드리겠다고 했더니 너무 고마워하시며 높은 침대의 시트도 손수 껴 주셨다.
불어를 할 줄 안다고 했더니 그 때부터 나를 '우리 작은 딸내미'로 부르신다;;
이태리어도 유창하신 할아버지는 스페인인 할머니와 동행인데 두 분 모두 자전거 속도로 걸으신다.
엄청나게 큰 배낭을 지고도 웬만한 젊은 사람들보다 잘 걸으신다.
물집 하나 없는 매끈한 발을 걷어 보이며 2000km를 걸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실 정도다.
빨래를 마친 뒤 간만에 시에스타를 즐기러 침대에 누웠는데
이 할아버지, 코골이 데시벨이 장난이 아니다.
mp3를 들으려 해도 음악이 안 들릴 정도;;; 오늘 밤엔 어찌 해야 하나 걱정스러웠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할아버지가 나가신 후 겨우 잠이 들었다.
단잠에서 깼더니 할아버지가 짐을 다시 싸고 계신다.
어디 가시냐고 했더니 자기가 너무 시끄러워서 안되겠다며 방을 옮기신단다;;
알고보니 동행이신 할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니 방을 옮기자고 하셨던 것.
괜히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 이제 계획대로라면 꼬박 일주일이다.
새로운 물집들이 속속 생겨나고 무릎은 아직도 뻑뻑하지만 까미노 초반에 비할 바가 아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나가다니 참 느린 듯 빠르다. 언제 다 걷나 싶었는데..
여태까지 그래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다만 지난 건 후회하지 않기로 하고
이제부터라도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더욱 정성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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