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13. Eat, Pray, Love? (Guemes)

yurinamu 2010. 10. 21. 13:24

 

 

 

# 호스피탈레나와 까트린의 끈질긴 권유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 곳에 하루 더 묵기로 한 것.

여기가 예쁘고 좋더라도 하루만 있으려 했으려 했는데 너무 아쉬웠던 까닭도 있다.

다들 여유롭게 출발하는 분위기였다.

나 외에도 까트린, 독일인 커플이 더 묵기로 했다.

 

이제 알베르게를 도와 청소를 하기로 했다.

모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인만큼 다들 웃으며 열심히 한다.

나도 청소를 하려고 수세미를 드는데 파스칼이 나는 쉬어야 한다며 한사코 말린다.

어제 몰골이 말이 아니었나보다;; 

얼마 전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Eat, Pray, Love'란 영화가 개봉했는데

우리 순례자들에게 딱 맞는 영화인 것 같다며 꼭 보란다.

갑자기 왠 영화 얘긴가 했더니, 결국 그저 먹고 쉬어야 한다며;;;

같이 일하려던 까뜨린도 거들며 한 마디 거든다.

"다들 한다고 해서 꼭 똑같이 할 필요는 없어. 너는 컨디션이 지금 안 좋잖아" 

엥~ 누가 둘다 프랑스인 아니랄까봐;;;

 

결국 윗층으로 올라가 있던 독일 친구들과 함께 매트리스 청소를 도왔다.

나무로 지어진 집인데도 어쩜 이렇게 거미줄 하나 없이 깨끗한지 모르겠다.

모든 알베르게가 이랬으면 좋으련만ㅋ

문득 어제 누군가 방명록에 쓴 말이 떠올랐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꼭 이랬으면 좋겠다고..

 

 

 

 

# 밀린 일기도 쓰고, 침낭도 널고, 배낭 정리도 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정원에 있으니 내 집 같단 느낌이다.

아랫층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쭉 둘러봤는데 한국인은 올해 나까지 포함해 4명이 글을 남겼다.

모두들 이 곳에서 안정을 되찾고 가신듯 하다. 

파스칼은 너무 예쁘게 썼다며 마치 한국어를 이해한 듯 말한다.

모두들 한글을 보곤 artistique하다며 감탄한다. 

다만 읽을 수 없음에 아쉬워할 뿐ㅋ

 

어제보다 더 단촐하게,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점심을 먹으러 모였다. 

올리브와 신선한 야채를 넣은 샐러드, 각종 해물을 올린 빠에야, 과일로 식사를 마치고 

밀푀유와 커피를 디저트로 내어주셨다. 다들 탄성을 지른다.

일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가정식을 대접받은 느낌이었다:)

 

 

 

 

# 처음으로 시에스타를 제대로 즐겼다.

일어나보니 크리스티나와 마틴이 도착해있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눈물날 정도로 너~무 반가웠다.

크리스티나는 그때 치료해 준 데는 좀 어떻냐고 묻는다.

역시 왕언니답다:)

 

이어 퀘벡 아주머니 두 분이 도착했다.

까뜨린과 대화하는데 퀘벡 불어와 프랑스 불어를 한 자리에서 듣는 재밌는 상황이 펼쳐졌다:)

 

저녁 때는 한국인 다솜이도 만났다.

유라시아 횡단 중 이 곳을 걷게 됐다는 당찬 동생이다.

모처럼 한국어로 얘기를 하니 기분이 새로웠다.

 

 

 지금 보니, 다시 만난 캐나다인 부부와 신디, 프랑스인 아저씨도 사진에 있다:)

 

 

   # 저녁 8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강연이 있었다.

                   오늘 통역은 크리스티나다.

                   영어와 불어를 할 줄 아는 스페인 친구라 어려움 없이 동시통역을 톡톡히 해내 박수를 많이 받았다.

이미 들은 얘기지만 또 올라가서 들었다. 독일 친구들과 까트린도 또 들으러 올라왔다ㅋㅋ

 

저녁 시간이 되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어제보다 평균 연령이 부쩍 낮아진 듯;;

10대로 보이는 아이들이 대거 와서는 와글와글 떠든다. 역시 스페인 친구들이다.

 

옆에 앉은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다음 일정과 각자 자신의 여행 얘기를 나눴다.

얘기를 하다 어제 파스칼이 가르쳐준 대로 와인과 물을 반반 섞은 아페리티프를 마셨다.

그러자 앞에 앉은 독일 친구가 자연스럽게 따라한다.

전형적인 독일인처럼 생긴 이 친구는 헤닝이다.

알고 보니 지난 17일 이룬에서 나와 똑같이 출발했다. 파리에서 같은 TGV를 타고 온거다.

몹시 놀라워하며 묻는다.

"혹시 같은 칸에서 타고 온 거 아냐?ㅎㅎ"

18일 아침 이룬역에 도착했을 때

같이 내린 몇 명의 순례자들 중 하나였다니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