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11. 도시병(Laredo-Santona : 4.65km)

yurinamu 2010. 10. 21. 11:00

 

 

 

 # 아침 8시 반 출발.

                점점 출발시간이 늦어진다;;

오늘은 배만 타면 되는 일정이라 여유부린 탓도 있다.

프랑스 친구들과 헤어지고 해변을 따라 4km정도를 걸었다.

마을이 끝나는 지점이 선착장이라 했는데 아주 북쪽 끝, 꼭지점에 계시다;;

바닷가를 산책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숱한 격려 인사를 받으며 그곳으로 향했다.

 

나름 큰 배인 줄 알았는데 그냥 보트 수준이다.

바로 저만치 건너 마을 산토냐가 보이는 수준이니 배로도 5분거리다.

 

 

 

   

  # 내리자마자 인포센터에 들러 알베르게 안내를 받았는데

이대로 여정을 마치기 아쉬웠나보다.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걸었다고 느낄때쯤 산토냐의 끝을 알리는 표지판이 등장했다.

맙소사;; 왜 자꾸 사람들이 그 구간에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대로 노하(Noja)로 갈 것인가..

산토냐를 그냥 지나치긴 너무 아쉬웠다.

게다가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2시간 넘게 쉬지않고 걸어왔던 터라 어깨가 찌릿찌릿하고 마비되는 것 같았다.

요 며칠새 배낭만 메면 어깨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가방을 메고는 양 옆으로 고개를 못 돌릴 정도로 쿡쿡 쑤시고 아팠다.

 

결국 산토냐 중심지로 돌아오는 길,

라레도에서 묵었던 일행들과 만나며 뻘쭘한 인사를 나눴다.

 

우여곡절 끝에 알베르게 도착.

근데 여긴 무슨 보트창고처럼 으리으리하게 지어놨다.

바로 앞에는 보트를 빌려 타고 나갈 수 있는 선착장이 마련되어있다.

이래서 아까 그냥 지나쳤나보다;;;

밀린 빨래도 하고 짐도 다시 꾸렸다. 혹시나 버릴게 있나 해서;;

두 번, 세 번을 다시 풀고 꺼내 봐도 뺄 짐은 더 이상 없다ㅜ

 

마을로 나와 봤는데 어느덧 3시라 시에스타 중이다.

또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정말 여기서는 시에스타(Siesta)와 피에스타(Fiesta)가 넘 밉다.

 

 

# 모처럼 전화도 하고 지도도 정리하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가 테라스에 앉았다.

간만에 얼음과 크림이 잔뜩 든 커피를 주문하고 자료를 주섬주섬 꺼내는데

파란 셔츠를 입은 한 아저씨가 맞은편 의자에 턱 앉으신다.

뭐라뭐라 하시길래 잠시 당황해 주위를 둘러봤는데 테라스석이 더 없다.

자리가 없어서 그러시나보다 하고 '네~ 앉으세요' 하곤 그냥 지도로 눈을 돌렸다.

대뜸 이름이 뭐냐 하시더니 비슷한대로 Jane이라 부르시겠단다. 읭?

그때부터 시작이다.

어디서 왔냐는 둥, 눈이 무척 까맣다는 둥, 지도 보지말고 자길 보라는 둥;;

알아듣지 못하는 스페인어이지만

역동적인 제스처와 친절하게 읊어주시는 단어때문에 불쾌하게도 의미가 해석되고 있었다.

 

웨이터가 커피를 가져왔다.

그런데 내 커피컵에 스트로우 두 개가 사이좋게 꽂혀있다.

물끄러미 웨이터를 쳐다보니 씨익- 능글맞게 웃는다.

스트로우 한 개를 뽑아주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필요, 없어요" 

 

내가 지도만 보고 있고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 아저씨 한참 만에 일어서신다.

그리곤 내 손을 강제로 꽉 움켜쥐더니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이건 무슨;; 짜증이 확 났다.

홱 뿌리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내 커피값 계산서 줘요." 

근데 아까부터 이 광경을 즐기듯 쳐다보던 뻔뻔한 웨이터가 아저씨 음료값까지 내게 청구한다.

"재밌어요? 그럼 내 것까지 당신 동네사람한테 받던가."

표정에 웃음이 가신다. 미안하단다.

가뜩이나 심기 불편한데 말이지-.-;;

 

 

# 급우울해졌다.

큰 도시에만 오면 이러니 원;;

게다가 바람이 세게 불고 중간중간 비도 흩뿌리는 등 바닷가 날씨답게 거칠다.

카페나 레스토랑엔 으레 실내석보다 테라스석이 더 많은데

날씨때문인지 몰라도 여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시에스타가 막 끝난 상점에서 얇은 원피스 하나를 샀다.

이제 성당 갈 때나 알베르게에 있을 때 좀 편하게 다닐 수 있겠다.

해가 저물 때쯤 먼 길을 걸어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오늘은 한 일도 없는것 같은데 괜히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