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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yurinamu 2010. 6. 11. 11:16

 

 

                                                                                      <phantom pain 전시 중>

 

 

뒷장으로 넘어 갈수록 마음을 경건하게 하지 않으면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느 종교를 믿는 사람이나 그 깨달음이란 것이 와야 진정으로 받아들일 터인데

곰씹어도 어려운 것으로 봐서 아직 미치지 못했나 보다.   

 

* 늘 항상 초미의 관심사이긴 하나 언젠가 한번, 내 몸무게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있다.

머리, 다리, 뼈를 따로따로 재면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그리고 내 영혼 무게는 얼마나 될까..

잴 수나 있긴 한걸까...

한참을 생각하다 이내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솔깃한 구절이 여기 있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 실험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스 병원에서 임종직전의 말기 결핵 환자를 3시간 40분동안 관찰한 결과, 실제로 체중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임종 순간 환자의 몸무게가 1.25온즈 줄어들었고 추후 실험에서도 평균 1온즈가 줄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스웨덴의 룬데박사팀이 정밀 컴퓨터로 실험한 결과 임종시 환자의 체중 변동은 약 1온즈, 21.26214그램이었다고 한다.>

 

영혼의 무게 20g.

이 무게 때문에 삶이 무거워지기도 가벼워지기도 한다.

이 라면 한 젓가락 무게가 나를 피폐하게도 하고 신바람나게도 한다.

돌덩이처럼 변해 어깨를 꾹꾹 짓누르기도 하고 육중한 내 몸을 하늘로 둥둥 떠올릴만큼 가벼워지기도 한다. 

앞으로 살은 고만 찌우고 영혼을 살찌워야지...

목표 45g.

 

 

* 마르셀 뒤샹의 'Inframince'

 Infra + Mince =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초박형의 상태

뒤샹은 이 말을 실사가 아닌 형용사라 한다. 구체적 상태가 아닌 세계를 존재하게 하는 작용이나 효과라는 것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사랑을 주고 받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존재하는 얇은 빈틈

담배연기가 그것을 내뿜은 입과 똑같은 냄새를 지닐때 두 냄새를 맺어주는 것

누가 앉았던 의자에 앉을 때 깔려있는 미지근한 체온

 

 

* <워싱턴포스트>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을 거리의 악사로 둔갑시켜 지하철 역사에서 연주하게 한 것이다.

조슈아 벨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을 내심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도 바쁜 출근시간에는 한낱 남의 일, 남의 음악이었던 것이다. 오직 한 구두닦이만이 그의 진가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오늘도 카네기홀에서 연주되었을법한 아름다운 선율을 흘려 듣지는 않았는지   

삿된 목적을 쫓느라고 앞만 보고 뛰어다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