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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손미나

yurinamu 2010. 3. 21. 21:14

 

 

저자가 소개한 아르헨티나의 모습이다.

 '자신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평생 고민하는 사람들의 나라

 실패한 이민정책으로 실존하는 바벨이라 불리는 나라

 다양한 민족이 모여 늘 혼동과 혼란이 존재하는 나라

그래서 '아르헨티나 사람은 스페인어로 말하면서 프랑스인처럼 생각하고 유대인처럼 일을 하며 스스로를 독일인이나 영국인이라고 착각하는 이탈리아인이다.' 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단일민족국가에서 살아가는 내게 공감하기 힘든 바도 있지만

역사적 배경이 문화의 토대를 만든다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안데스 인디언들의 문화를 알려주었던 인티의 말이 인상깊었다.

"우리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삶의 원칙이 있는데, 원래 세 가지였어. 첫째, 도둑질하지 말라. 둘째, 거짓말하지 말라. 셋째, 나약해지지 말라. .... 그런데 외부인들이 우리 문화를 짓밟고 침략한 이후로는 한가지 원칙이 더해졌지. 배신하지 말라."

"그리고 인디언들의 언어에는 존재하지 않던 단어 몇 개도 생겨났어. 만약, 혹시, 어쩌면, 아마도..."

 

그들에게 '만약'이라는 말은 없었다.

본래 그들에게 말은 곧 약속이고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문화가 섞이며 서로를 100%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디언 고유의 문화 뿐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한 철학이 조금씩 조금씩 문명의 영향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번 아르헨티나편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단순히 보고 들은 것을 전달하는 수다쟁이 책이 아니었다는 데 일단 감사하다.

사람들과의 속깊은 이야기를 통해 그 나라에 온전히 녹아들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여 좋았고

풍부한 감성과 에너지를 꾹꾹 채워와 나눠받는 기분이 들어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