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보다 아나운서에 먼저 발을 내디딘 앵커였기에
저서에서는 사건들의 자세한 취재내용보다 전체적인 흐름이 더 돋보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chapter의 제목이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손석희라는 악몽이었다.'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지며 부엌데기의 설움같은 내용을 기대하게 만든다.
취재거리에 번번이 퇴짜를 놓는 건 예사고
생방송 중 눈물을 쏙 빠지게 만들거나 뉴스 전 프롬프터를 꺼버리는 무서운 선배로 등장한다.
그래도 저자가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해 자신을 키운 8할의 장본인으로 소개한 것은
생방송 중 전해 들은 두 개의 단어만으로 속보를 막힘없이 구성해 나가는 무서운(위와는 다른 의미)선배의 실력 때문이다.
이런 걸 내공이라고 하는 건가보다.
'싹수가 보이니까 매정하게 구는거다'라는 말 한마디가 와닿는다.
참 못살게 구는 선배들이 더러 있다.
당시에는 '왜 저러나' 하는 서운한 마음 뿐이다. 남이 당하고 있는 걸 보면 그게 애정이라는 게 보이는데
내가 당하고 있으면 그걸 가슴으로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희안한 일이다.
매일 전화해 채근하고 달달 볶는 선배 때문에 이를 바득바득 갈 때 친구들은 '선배의 애증인가보다' 했다.
이건 그냥 '증'이거든?하며 톡 쏘아붙일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 미웠다. 그때에는.
나중에 그런것들이 필요없어졌을 때, 친구들 말이 맞았구나 실감했다.
쓴 약 같은, 고마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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