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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쯤은 파리지앵처럼-Le tour du monde], 황희연

yurinamu 2010. 2. 21. 15:50

 

세계일주기가 더없이 끌리는 요즘,

바람을 푹푹 넣어 마음이 한껏, 두둥실 떠오르게 한 책이다. 

영화사 기자의 세상 스케치다.

 

"나에겐 오타쿠 기질이 있고, 다시 태어나도 나로 태어나고 싶을 만큼 내가 재미있을 뿐이다."

배우 배두나씨를 인터뷰하며 들은 말이란다.

'내가 재미있을 뿐이다'라는 말에 눈이 확 멈췄다.

나는 나를 좋아하고 있을까?

궁금해하고 있을까?

내가 재밌다는건, 그만큼 내 안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얘기다.

그리고 다음생에 또다시 나로 태어나겠다는 말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나에 대한 애정표현이다.

 

소년이 낙서처럼 그려낸 종이 위에는 초록색 나무다리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다.

"물은 어디 있고, 나무는 어디 있는 거니?"

"난 내가 좋아하는 것만 그릴거에요. 다른 건 별로 그리고 싶지 않아요."

프랑스인들과 대화할 때면 독특한 기질과 뉘앙스가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사소한 것에서도 자존심과 줏대를 돋보이게 하는 말들이 나를 가끔 섬칫하게 할 때가 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해도 거리낌 없었던 때가 있었나 싶어 아쉽기도 하고

그들은 아직 지니고 있는 그것을 나는 언제 잃었나 싶어 서글퍼졌다.

 

하루의 일상을 돌아보면 항상 느끼는 바가 있다. 

사람들은 남의 것에 궁금한게 너무 많다.

남이 보기에 적절해야, 평균 이상은 되어야, 누구처럼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세상에 나올때부터 들어서인지

한동안은 몰랐었다.

폴더폰을 사려고 요즘 어떤게 나왔나 검색하는데 어떤 사람이 질문을 올렸다.

"**폰과 ##폰 중 어느게 더 예뻐요?"

질문은 보는 순간 화가 났다.

질문을 잘못쓴 줄 알았는데 아니다. 댓글도 여럿 달렸다.

'예쁘다는 건 자기가 판단하는 거 아닌가? 그걸 왜 물어보지?' 

남이 보기에 예쁜 폰이라면 기꺼이 사겠다는 건가, 아니면 자기 취향에 자신이 없는건가...

그렇게 생각해보니 주변에 이같은 일이 흔히 있다.

모난 것이 아닌데 뭇 사람들의 견제를 종종 받는 때가 있다.

사소한 것에도 내 취향을 반영하면 그것이 자유를 허하는 범위든 아니든 견제(작게는 눈치)를 받는다.  

남의 눈을 유난히 많이 보고 느끼는 탓이다.

참 신경쓸 것 많은, 피곤한 현대인이다.

 

여행기 중간중간 저자의 독백과 성찰의 분위기가 많이 느껴져

그곳 여행을 대신 다녀온 듯한 기분은 기대에 다소 못 미쳤지만

구석구석 돌아보며 건강하게 충전되어 온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조금 나눠가진 기분이었다.

스페인, 모로코, 포르투갈, 프랑스, 터키, 그리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일본, 베트남..

인도와 이집트, 중국을 포함하면 내가 가고 싶은 발자취가 얼추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