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제를 잡아 쓴 덕분인지
읽는 내내 기억의 단편들이 자주 스쳐지나간다.
어렸을 때의 추억이나 한 때 '이건 왜 이럴까?"하고 한번 쯤 생각했던 일들,
그래서 기억 한 조각으로 끄집어 낼 수 있을만한 것들이
이야기를 통해 아련한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게 한다.
서로 다른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 주제를 바라볼 때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이 재밌다.
그 중에는 물론 놀라울 만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 토론주제에 단골로 등장하는 스타벅스.
하나의 브랜드가 현대문화의 표상이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저자 말마따나 '21세기를 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것'이라는 그들의 마케팅 전략이
21세기 문화산업의 중요한 프로토타입으로 오랫동안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디지털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구루(Guru)가 되는가?
말그대로 통합형 인재다.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IT산업 뿐 아니라 현대 문화산업으로 복음으로 일컬어진다.
내가 그를 인식하는 가장 큰 개념은 볼때마다 감탄하게 만드는 PT를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는 동시에 거대한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CEO, 과학에 예술을 입힌 그의 진면목과 인간적인 이면을 흥미롭게 봤다.
"시장조사는 하지 않았다. 벨이 전화를 발명할 때 시장조사를 했는가?"
다르게 생각하고, 된다는 믿음 하나로, 꿈을 현실에 끌어다놓는
과연 그답다.
-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 애플 사의 사원들을 휘어잡는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를 기술하는 용어다. 옆에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평소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자신도 모르게 믿게 된다. 현실왜곡장은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그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한번 현실왜곡장에 들어갔더라도 스티브 잡스에게서 거리가 멀어지면 제정신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 구글링(googling)하는 시대다.
정보가 홍수처엄 쏟아지는 시대에 거기에 물 한바가지 더 블이붓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이다.(본문 中)
우리나라에서 구글과 위키피디아보다 네이버 지식인이 우세한 이유는
한국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이 보다 친교적이고 오락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수긍이 간다.
생활 밀착형 정보는 풀색 검색창을 따라올자가 없다ㅋㅋ
한 가지 섬뜩했던 것이 있다.
지금 구글은 세상의 모든 것을 그 안에 담으려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23andME'서비스를 신청해 키트를 받고 그 안에 침을 동봉해 보내면 내가 118가지 유전질환에 걸릴 확률과 과거 내 조상이 어디에 살았는지, 얼마나 다양한 민족의 피가 섞였는지 알수 있단다. 399달러며 분석기간은 8주다. 2008년 타임지가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한 23andMe는 유전자가 포함된 인간 염색체 개수가 23이라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나..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 앤 워지츠키가 이 회사 사장이란 점도 재밌다. 어쨌든 이제 구글은 세상에 떠도는 정보에서 우리 몸 속에 든 정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휴... 무서운 세상이다.
+ 파타피직(pataphysic): 프랑스 작가 알프레드 자리가 사용한 신조어. 사이비 물리학으로 번역되었는데,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의 상태 혹은 과학과 은유가 뒤섞인 의식의 상태 등을 말한다. 게임 속 아바타를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현실의 상황과 착각하는것, 혹은 제프리 쇼의 작품 '읽을 수 있는 도시'등을 보면 우리는 가히 파타피지컬한 종이 되어 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이젠 더 이상 이상한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파타피직은 은유(metaphor) 대신 파타포(pataphor)를 사용한다.
+ 얼굴미학에 대한 접근이 새롭다.
- 쌍꺼풀 수술을 , 사회의 온전한 성원이 되고자 눈두덩에 받는 할례라고 명했다.
- 수천년 뒤 강남 일대를 발굴한 고고학자들은,'강남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외모가 크게 못생겼음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릴것이다.(본문 中)
성형외과 간판이 난무하는 강남 일대를 보면서 한 짖궂은 상상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 편집하기 쉽도록 말하지 않는다면 카메라나 인터뷰어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경험자로서 가슴아픈 애기지만 이는 뉴스에 등장하는 전문가 소견 씬에도 적용된다. 이외에도 항상 궁금했던 것들이 조금은 풀렸다. 전문가 소견이 그리 수준높게 전문적이지 않은 이유는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기자가 과학자의 식견을 들으려고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해도 될 말을 전문가의 입을 빌려 기사의 권위를 싣고자 인터뷰를 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특징, 대개 카메라를 보면서 얘기하지 않고 옆에 앉은 PD를 보며 얘기하기 떄문에 시청자들은 전문가적 소견을 엿듣는 것 같은 모양새가 나온다는 것이다ㅋㅋ
+ 어릴 때 인형갖고 놀기도 좋아했지만 레고도 많이 부수고(?) 놀았다.
주인공이 살 집이나 성을 짓기 위해서는 크고 좋은 밑판이 있어야 하는데 거의 항상 내 차지였다;;;
동생은 좁은 밑판을 갖고 이어붙여서 요새를 잘도 만들었다. 5살 창의력이라 보기 힘든, 매일 다른 모양으로 척척 만들어냈다.
그렇게 멋있게 쌓아올려진 블럭으로 놀고 있으면, 적이 쳐들어와 요새를 반쯤 부수기 직전의 타이밍에 엄마가 들어오신다.
"너무 잘만들었다~ 이건 며칠 두고 보자."
동생과 난 그게 불만이었다. 다음 걸 만들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대로인 것을 두면 무엇 하나 해서였다.
그땐 미련없이 잘도 부수고 잘도 놀았다.
미련이 많아지고 후회가 남는 것이 늙는 건가보다.
'Espace culturelle > >.< (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양의 여행자], 손미나 (0) | 2010.02.18 |
---|---|
[상술의 귀재, 온주상인], 맹명관 (0) | 2010.02.18 |
[EBS지식프라임], EBS지식프라임 제작팀 (0) | 2010.01.20 |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 조환익 (0) | 2010.01.09 |
[72일간의 세계일주], 넬리 블라이 (0) | 2009.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