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진흙쿠키와 랑그드샤

yurinamu 2010. 1. 14. 21:25

 

 

아이티, 아비규환이다.

한쪽에서는 폭설, 지구 반대편에서는 지진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들의 상황에 비하면 이까짓 눈 25cm와 한파쯤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도 든다.

200년만의 이번 강진으로 희생자는 약 10만명에 달하며 수도의 상당부분이 붕괴되었단다.

지구가 드디어 신호를 보내는건지...

세입자로 한 평생 빌려쓰는 주제에 박박 긁어쓰면서 대체에너지다 녹색산업이다 말로만 아껴쓴다 떠들고

웬만한 지진과 쓰나미, 태풍 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니

주인이 강수를 쓰는 모양이다.

아마, 안 아픈 곳이 없겠지;;

 

 

모처럼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어제 백화점 수입식품 코너에서 사온 쿠키가 생각났다.

랑그드샤(Langue de Chat), 

비교적 고가지만 예전에 선물받아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나서 고민끝에 데려온 거다.

포장을 뜯으니 과연 일본과자답게 정갈하다.

이름도 재밌고 맛도 좋아서 아침부터 얠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쿠키와 커피를 입에 물고 간만에 향긋한 아침을 만끽하며 신문을 펼쳤다.

  

   

 [진흙쿠키]진흙에 물과 소금, 마가린을 섞어 5시간 정도 말려 만든다. 아이티 어린이들은 3개에 150원 정도를 내고 길거리에서 이 과자를 사먹는다. 소화가 안돼 항상 배가 부른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가난한 아이티 아이들에겐 주식처럼 여겨진다. -조선일보 기사 중

 

 

보자마자 목이 먹먹해졌다.

지금 그 곳에선 진흙을 구워먹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데

나는 달콤한 과자를 입에 물고 좋아라 했다.

랑그드샤 한조각이면 도자기 흙으로 빚은 진흙쿠키를 10개는 살수 있다.

기생충이 드글거리지만 그것도 지금 간절한 그들이다.

넘치도록

항상 더 갈구하고 

항상 행복을 원하지만

지금 이 잠깐의 행복은

참, 미안하다...

 

달디달았던 쿠키에서 아직까지 한번도 맛보지 않은, 진흙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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