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ace culturelle/*.* (E)

Revoir Paris & Viollet-le-Duc, les visions d'un architecte

yurinamu 2015. 1. 23. 07:11


Place de Trocadéro는 몇 개월 동안 매일 같이 지나다녔는데 

정작 코앞에 있던 이 웅장한 건물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너무 무심했던가.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에서 Revoir Paris 전시를 보고 왔다. 

파리의 옛 모습을 그린 그림과 지도를 전시해 놓았다고 해서 눈여겨 봐 두었던 터다.

전시 포스터를 보고 BD의 일부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만화가 맞았다. Schuiten Peeters의 작품.


1800년대 아직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을 무렵의 파리가 보인다. 

지금의 번화한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한적하다.

꽤 드넓은 녹음지대도 보이고 드문드문 건물이 들어서 있다. 

특히 놀라웠던 건 오페라 광장. 지금 그 혼란의 소용돌이처럼 복잡한 광경은 싹 사라지고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오로지 rond point에 단촐한 기둥 하나. 

자동차는 없고 사람과 마차가 다녔을 그 시대의 한적한 파리를 상상했다. 



맨 처음 파리에서 집 구할 때 '오스만식 건물'이란 단어를 참 많이 봤다.

18세기 연극을 상연하는 극장으로 쓰였던 건물부터 가장 튼튼하게 지었다는 1930년대 건물, 

나름 최신식인 1960년대 건물까지... 파리의 역사를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집을 찾으면서 건축 공부도 많이 되었다. 


근데 그 오스만이 뭐야.. 사전을 찾아도 그냥 오스만식이래. 그게 뭐냐고....-.-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고 알았다. 사람 이름;; 허무하다.

파리의 주택, 건물들이 대부분 오스만식인데 3층까지 평수(내부)가 조금씩 넓어지다가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란다. 

오페라 앞에서 건물을 예로 들며 친구가 설명해줬는데 직접 보니 층간 높이도 다르다. 

그래서 꼭대기층, 일명 하녀방은 9-10 제곱미터인가 싶었다. 


또 하나 재밌다고 생각한 건, 도로 일직선상에 똑바로 지어진 건물들이다. 

어느 건물 하나 삐죽 튀어나오거나 들어감 없이 자로 잰 듯 줄지어 늘어서 있다. 

건물 외벽에 건축년도와 건축가 이름이 새겨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각각의 건물도 지어진 연도, 심지어 세기가 다르다. 

처음 도시계획을 하고 오스만식 건물을 올린 이후로 계속 같은 규격을 유지하면서 리모델링 한 듯 하다.

도시계획 관련 법규에 따라 철저하게 규제, 관리한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긴 밖으로 빨래 널어 놓는 것도 못하게 하는데...

한 번은 옆집 외국인 부부가 빨래를 밖에서 보이게 널어놓았다가 건물 입구에 방이 붙은 적이 있다. 

미관을 해치는 행위를 삼가해 달라고ㅋㅋ

창틀에 거는 꽃 색깔과 종류도 제한되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14-15세기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스케치 작품에서는

흥미롭게도 오스만식 건물이 아닌 스트라스부르식(?)의 집이 눈에 띄었다.

이후 도시 계획으로 지금의 파리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는 얘기다. 


파리는 참 잘 계획된 도시라는 생각을 해왔지만 

수 세기 전부터 이미 치밀하게 계획된,

수학, 과학, 미학 심지어 사회학적 연구가 잘 결합된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르 코르뷔지에의 도면과 구상한 스케치 등을 보고 굉장히 인상깊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센느강을 중심으로 파리를 이 등분해 씨떼 섬 위쪽을 quartier du patrimoine으로 정해두었다.

에뚜알 광장과 오페라 지역 일대를 교통이 유입되는 일종의 관문으로 파악하고

외곽, 지금의 일 드 프랑스를 둘레로 표시하면서 인구를 350만 명으로 제한했다. 

또 마들렌과 바스티유를 일직선상에 놓고 교통의 흐름이나 건물의 위치 등을 정한 것이 흥미로웠다. 


모든 건축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였던 점은 

센느 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 

파리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만큼 이 일대를 중심으로 문화나 상권이 발달했겠다는 짐작은 했지만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이를 상당 부분 할애하면서 나머지 구역에 주거지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먼 미래의 파리와 외곽 일대를 상상하고 이를 구역별로 그린 작품도 생각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생명공학단지로, 또 다른 곳은 bibliothèque du mémoire 등으로 표현됐다.

왜일까.........


1889년 Exposition universelle에서 에펠탑을 선보이던 당시

champs de mars 주변과 에펠탑을 둘러싼 파리의 광경, 

이 Palais de l'électricité와 빛 축제를 보기 위해 모여든 파리 시민들의 모습 등이 재밌었다.



시대별로 파리가 변화하는 모습을 한 눈에 관찰할 수 있었다. 

파리를 배경으로 그린 만화에 등장하는 도시의 모습이 꽤 다채롭다는 것도 특이하다.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 작품에서는 여느 건축가나 화가도 유난히 하늘에 떠다니는 교통수단을 많이 그렸다. 

열기구 내지는 물고기 모양의 비행차를 타고 슝슝 날아다니는 그림이 많았다. 

만화 중에서는, 깜깜한 밤에 오스만식 건물 꼭대기층의 창문을 열고 나와 날개를 펼치는 괴물이 참 마음에 들었다.

멋지다 싶었는데 0층 서점에서 점당 700유로에 팔리고 있었다. 



건축가 Eugène Viollet-le-Duc의 전시가 함께 열리고 있었는데

이름이 생소한 터라 잠깐 망설이다 들어가보았다. 

결과는 그야말로 un vrai découvert, le bonheur imprévu 였다. 


이름도 새초롬한 비올렛 아저씨. 

노트르담 gargouilles를 참 좋아하는데 이 사람이 만든 것인지 처음 알았다. 

독수리, 사자, 소, 사람의 얼굴과 꽃, 나무 장식까지

노트르담 면면에 새겨진 조각은 이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박쥐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단순화, 변형시킨 노트르담 gargouille나

인체의 해골을 그려가며 표정, 움직임을 연구한 뒤 만든 석상을 한참이고 쳐다보게 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특히 동물원에서,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많았다. 

프랑스 곳곳,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탐험가 기질도 있었다.

그가 직접 발로 다니며 그린 알프스 산맥 등 지형도를 보고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가 떠올랐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 관찰력이 뛰어나고 미적 안목 또한 남다른 건축가들의 재능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들의 작품을 눈여겨보면서 공감하고 공간에 깃든 그들만의 건축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즐겁다. 

예술성을 실제에 구현하되 항상 '조화'를 생각해야 하는 건축이야말로 진정한 종합예술이란 생각이 든다. 



파리의 옛 모습을 찾으러 간 곳에서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아, 다시 생각해도-

노트르담 석상을 만든 건축가라니.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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