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ace culturelle/*.* (E)

Inside, Palais de Tokyo

yurinamu 2015. 1. 11. 06:22




파리 전역에 테러 위험이 도사리던 날.

지난 주부터 ICOM 카드를 개시하기로 마음먹은 날이다. 

뱅센 숲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는 뉴스 알림은 계속 오고 안부 전화는 계속 울리는데 

전시가 며칠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에 그냥 예정대로 Palais de Tokyo에 갔다.


인사이드(INSIDE).

교수님께서 추천한 전시인데다 무척 가고 싶었지만 학교 과제와 수업으로 차일피일 미루던 터였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전시라 기대가 커서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야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퐁피두 센터에 가면 넋을 잃고 하루종일 있는 나는

여기서도 참 행복했다. 


랩으로 감싸 내부에 공간을 만들고 공중에 거미줄처럼 설치한 작품.

실제로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 막 기어다니던데 

재밌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안에서는 무척 힘겨워보였다.

헥헥거리며 출구를 찾는 학생들의 발이.






자작나무 숲인가

겨울나무처럼 황량한 느낌을 주던 이 작품은 

두꺼운 골판지로 만들어졌다. 뚫고 긁고 자르고 뜯어 붙인 여러 질감의 나무.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작품.

'넘어가지 마시오.'

다들 손을 휘적휘적하며 틀 너머도 같은 공간이라는 걸 인식한 후에

뒤로 돌아갔다. 아무도 넘지는 않았다.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건 이미 들었지만 뒤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한참을 넘을까 말까 넘을까 말까 망설였다.

금기와 이것을 깨려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건가 

왜 나를 시험하지


결국 욕심을 억누르고 발길을 떼었다.

교수님은 넘어가 보셨단다ㅋㅋ

뒤로 같은 작품이 이어진다. 






이건 또 페이크 곰인가 무언가

그냥 흑곰 설치물인줄 알았는데 뒤로 돌아가보니

위장레지던스인가;;

침낭도 있고 응급키트, 전기 주전자, 콘센트 등 

온갖 세간살이를 들여다 놓은 일인용 움집이다.





파리 곳곳에서 그래피티를 자주 보지만

비교적 알아볼 수 있는 말로 쓰여지고

메세지가 담긴 그래피티는 오랜만에 보는 듯;;







이 그림은 괜히 울컥-

나 같아서.





비 내리는 판자집.

빗소리가 좋아서 한참을 보긴 했는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밖에서는 빛이 들어오는데

집 안에는 주룩주룩 비가 그치지 않는다.


더 이상 잃을 게 없고 모든 게 부질없다고 느껴져서

한없이 동굴 안으로 안으로 파고 든 때가 있다.

집에 먹구름이 잔뜩 끼인 양 내 표정도 흐렸고 마음도 그랬다.

눈물이 주룩주룩 나고 모든 게 다 눅눅했다.

저 밑으로 하염없이 가라앉는 느낌.


고양이가 찾아와 대문에서 부를 정도로

잔뜩 웅크려 집안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세상으로 나왔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랬더니 문 밖은 정말이지 밝고 눈부셨다.

살아있는 모든 게 하나하나 느껴질만큼 환하게 피어있었다.


나를 안으로 안으로 끌어들이던 것들을 마침내 떨쳐낸

그 순간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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