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ace culturelle/>.< (L)

[노 임팩트 맨], 콜린 베번

yurinamu 2011. 4. 18. 22:28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가기>란 부제를 봤을 때 사실 황당했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환경에 영향을 주는게 아닌가 싶어서다.

저자가 정한 그 모호한 경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싶었고

한편으로 소소한 일에서부터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도 '노 임팩트 맨'이란 이 프로젝트 이름 자체가 이상주의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욕만 앞섰지만

오히려 환경운동가나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작은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생활을 바꿔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는 이것을 '진화'라고 표현했다.

 

플라스틱 일회용컵 대신 각자의 유리컵 사용하기,

비닐봉투 대신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 이용하기,

종이기저귀 대신 천기저귀 사용하기 등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들은 방법이다.

일회용품에 파묻혀 지내면서도, 또 그것을 자제하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도

만들고 사고 쓰고 버리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고 있다.

불과 며칠새 수북하게 쌓이는 일회용 폐기물을 보면서

어느덧 그것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언제부터 간편해야 하고 덜 수고스러워야 하는 '일'이 되었을까 하고 자문했다.

우리 생활이 일회용 폐기물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내 인생을 처리하는 것이 존재이유로 보이는 편의용품을 더 많이 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하다.

나는 자기 꼬리를 먹는 뱀 같다. 그냥 어떻게든 해치울 생각만 하고 있는게 아닐까...(본문 중)>

 

TV안 보기, 전기 쓰지 않기, 자전거 이용하기 등

생활 전반으로 행동범위를 늘려가는 저자를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수 km내에서 재배한 농작물로만 식탁을 차린다는 것이 그랬고,

가족들의 반대와 지인들의 원성을 감내하며 생활습관을 바꿔가는 것이 그랬다.

 

그도 처음부터 놀랍고 대단한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를 떠올려 보는데 불과 며칠전 일이 떠올라 한숨이 났다.

30여년 전 어머니가 쓰시던 가방을 들고 수선하는 곳을 찾았다.

고급 가죽인데다 비교적 새 것이라 부자재만 손보면 아주 괜찮을 것 같았다.

사실 2년 전에도 해당 브랜드사를 찾아가 수리요청을 해보기도 하고

명품 수선하는 곳에 찾아가 맡겨보려고도 했지만 여러 구실을 들어 퇴짜를 맞은 터였다.

주된 이유는 부자재를 구할 수 없거나, 만들 경우 감당한 비용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

차라리 갖고 싶었던 가방을 한 두개 사는 게 낫다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웬만하면 고치지 말라고 권유까지 한다. 그냥 쓰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 하나 장만하라는 뉘앙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다른 곳에 찾아갔는데.. 이번 역시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오랫동안 장롱 한 구석을 차지했던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외국에 갔을 때 빈티지샵에 맡기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모처럼 통크게 자원 재활용(?) 좀 하자는데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돈 되는 것만 만들고 아닌 것은 아예 시도조차 못하게 하는 것 같아 서럽고 아쉽기만 하다.

환경운동이 별건가 싶다가도 이럴 때면 어렵고 힘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