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Camino de Santiago-del Norte

#1. 첫 발을 딛다. (Paris-Irun-San Sebastian : 27.46km)

yurinamu 2010. 10. 15. 12:41

 

 

 

# 파리 오스테리츠역 도착.

TGV표를 찾는 곳으로 향했다.

예매권 프린트 한 것 두 장을 예쁜 언니야 앞에 내밀었다.

 

"파리-생장 열차를 끊었는데 목적지를 중간에 바꿨어요."

"........?"

"생장이 아니라 이룬으로 갈 거에요. 같은 열차의 바욘-이룬 구간 표는 샀구요."

"아~ 그러네요. 열차 번호가 같네요?"

"-.-;;;;;; 그럼 발권 가능하죠?"

"네, 문제 없어요. 표가 있으니까."

"근데 바욘-이룬 구간은 좌석번호가 다른데요, 새벽에 이동하면,."

"아뇨.., 그럴 필요 없겠어요."

"........?"

"바욘-이룬 구간을 침대칸으로 끊는 분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계속 주무세요."

"아, 네;;; 그럼 혹시 바욘-생장 구간 표는 취소할 수 있나요?"

"그럼요. 취소하고 환불해드릴게요."

 

나의 복잡한 사정을 불어로 설명하려니 머리에 쥐가 났지만

순조롭게 일이 해결되니 마음이 놓였다. 역시 불어로 하면 친절한 파리다:)

 

밤 11시 10분 이룬행 열차에 올랐다.

침대차를 타니 작년에 사파가던 생각이 새록새록~

꿈도 꿔 가면서 쿨쿨 잤더니 어느새 스페인이다.

언어만 달라졌을 뿐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 파리에서 RER타고 교외에 내린 기분이다.

처음 화살표를 보고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Irun 알베르게에 도착-

헉;; 4시에 연단다;;;;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길래 마음을 가다듬고 문 앞에 있는 글을 읽었다.

오전엔 성당에서도 발급한단다!

8시 반에 성당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어제 모노프리에서 산 달콤살구와 뽀잉뽀잉 마들렌느로 아침을 먹었다.

이후에 안 것이지만 살구는 프랑스가 맛있다.

 

40분이 되어 성당을 들어가려는데 출입문이 없다. 응?

얼쩡거리고 있자 어떤 할아버지가 눈을 부릅뜨며 내게 다가온다.

갑자기 짚고 계시던 지팡이를 휘두르며 #$%^%&*\!^*&%!!!

순간 나한테 역정내시는 줄 알았다.

까미노 신고식을 이리 화려하게 하나 싶어 잔뜩 긴장해있는데

알고보니 입구는 옆의 유리건물에 있다고,,말씀하신거였다,,;;

갈길 가신 쿨한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크레덴시알을 발급받으러 들어갔다.

이 분은 처음 발급해주시는지 나보다 더 정신이 없으셨다.

우여곡절끝에 순례자여권이란 걸 받았다.

 

 

 

 

# 렌페(renfe)를 타고 산 세바스티안으로 가기로 했다. 7정거장 정도 지나 도착.

험난해 보이는 길을 창 밖으로 보니 이제 조금 실감이 난다. 괜히 어깨도 아려온다.

 

해안가 마을 산 세바스티안에 발을 디뎠다. 대도시 답게 우오~ 엄청난 인파가;;;;

관광 온 것같은 착각이 들었으나 정신 차리고 인포센터를 찾았다.

처음으로 지도도 받고 인터넷 카페에 잠깐 가방도 맡겼다.

해변으로 가니 물도 안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다.

다들 여유로이 몸을 굽고 있었다.

나도 따라해보려 했으나;; 뜨거운 햇살 아래 10분 정도 있으니 뼛속까지 따갑다.

 

 

 

 

 

# 무거운 샌들을 공항버스 타기 직전 포기한터라 슬리퍼가 필요했다.

사이즈가 작아 아무도 안 가져가는 슬리퍼를 저렴하게 구했다.

다시 10kg에 육박하는 가방을 찾아 짊어지고 알베르게로 향했다.

 

화살표가 뚝 끊긴 길에 건물이 있는데 너무 신식이다. 

게다가 검은 고양이가 위에서 노려보고 있다.

못 올라가고 잔뜩 쫄아있는데 저 앞에서 누가 손짓한다.

"여기야, 여기~!" 

역시.... 모던한 건물은 아니었다.

다들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올라~!" 아직은 어색한 눈인사가 오간다.

 

 

# 알베르게 문이 열리고 드디어 침대가 주어졌다.

어제부터 버스, 비행기, 기차를 연달아 타고 왔더니 한 일도 없는데 피곤하다.

잠깐 누워 쉬어야 살 것 같았다. 

눈을 붙이고...

눈을 뜨니 맙소사. 저녁 9시다;;;

저녁은 포기하고 그대로 다시 잠이 들었다. 

수용소 같은 느낌에 불편한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색다른 경험이다.

아직까지는 뭐가 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