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Le fait du prince다.
순전히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집어든 책이다.
역사소설인가 해서 첫장을 넘기고 추리소설인가해서 다음장을 넘기는데...
의외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주인공 밥티스트는 자신의 집에서 돌연사한 스웨덴인 올라프를 어찌 하지 못하다 방법을 생각해낸다. (정황상 탈출구라 하는 게 더 맞겠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올라프가 되는 것이었다. '베르사유의 대저택에 사는 스웨덴인 올라프'라는 주문을 걸며 철저히 그로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미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재규어를 몰고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아침에 눈을 뜰 때, 다이얼을 돌려 10자리 번호를 맞춰나갈 때 내가 올라프인양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편지 한통으로 모든 사실이 발각되고 지그리드와 탈출할 때는, 다분히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몹시 조마조마하다.
처음엔 밥티스트의 결단이 비윤리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에 불쾌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막상 후련한 결말을 보고 나니 뵈브 클리코처럼 톡 쏘는 샴페인맛이 난다.
'낯선 이의 신원을 훔치는 것이야말로 이 넓은 세상의 황홀한 맛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 중의 방법이 아닌가' 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과정이 좀 섬뜩하긴 하지만 결과만 본다면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 보잘것 없어 보였던 내 존재가 다른 사람의 가치를 빌려서라도 인정받는다면 거기에서 결코 헤어나올 수 없으리란 탐욕스런 상상을 하게 해준다.
공감 1> 뜨거운 물에 몸이 노글노글해졌다. 행복했다. 팔팔 끓린 국물 속에 퐁 빠진 말린 버섯의 심정이 바로 이렇겠지. 왕년의 부피를 되찾는다는 건 아주 유쾌한 일이다.
공감 2> 자기 자신이기를 그만두고 진정한 휴가를 가져보라는 것이다. 구속하는 일상을 벗어나자는 것.
'Espace culturelle > >.< (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란의 다카포], 호란 (0) | 2010.06.01 |
---|---|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박기영 (0) | 2010.06.01 |
[20대, 세계무대에 너를 세워라], 김영희 (0) | 2010.05.17 |
[젊은이여 한국을 이야기하자], 이어령 (0) | 2010.05.17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0) | 2010.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