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Hanoi, VIETNAM

내 눈에 비친 하노이

yurinamu 2009. 11. 11. 15:03

 

 

'…는 왜 그래요?' 하면 '원래 그렇습니다' 가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는 곳

자기가 잘못해도 미안해 보다 괜찮아 를 먼저 말해 당황하게 하는 곳

도로를 건널 때는 오토바이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하는 곳

클랙슨으로 저마다 자기 위치를 알리는 그 곳

택시, 길을 빙빙 돌다가 눈치를 힐끗 보고 목적지 지나치기 다반사. 화내면 씩 웃고 내려주는 그 곳

수리공 부르면 다음 날 오후에라도 와주면 고마운 그 곳

알아들어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하는 그 곳

음식물, 플라스틱, 종이, 비닐 몽땅 한 봉지에 넣어 투하하는 게 자연스러운 그곳

도마뱀이 필수 룸메이트여야 하는 그 곳

차가 맞은편에서 와도 자연스러운, 역주행이 놀랍지 않은 그 곳

사고 나도 신고 않고 구경하느라 정신 없는 그 곳

신호등이 무색한 곳

주민이라도 흥정이 기본인 그 곳

물건 잃어버리면 마음을 접는 게 상책인 그 곳

때로는 영어를 써야 대우 받는 그 곳

비 오면 길이 물에 잠기는 게 다반사인 그 곳

우산보다 우비가 어울리는 그 곳

전신주 전선 수십 다발이 땅바닥까지 늘어져 있는 그 곳

여름엔 가만히 있어도 사우나 하는 기분이 엄습하는 그 곳

빈부 격차, 물가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그 곳

오토바이가 차보다 익숙한 그 곳

통상 건물 지하 1층이 오토바이 주차장, 지하 2층이 자동차 주차장인 그 곳

노동자(환경미화원, 공사장 인부, 가게 주인)가 거의 여성인 그 곳

평균 연령이 낮아 젊은 사람과 아이들이 많은 그 곳

남자들이 거의 손톱을 기르는 그 곳

얼굴 마주보며 코 파는 게 자연스러운 그 곳

주먹만한 바퀴벌레가 새처럼 비행하는 그 곳

프랑스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 그 곳(언어, 주소, 건축양식, 비데, 노천카페, 음식이름, 빵과 커피)

나무장식을 매우 선호하는 그 곳

태국산이 한층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 곳

길가 목욕탕의자에 앉아 먹는 것이 일상인 그 곳

파스텔톤을 보기 힘든 그 곳

살찐 사람을 보기 힘든 그 곳

엉성한 축제가 많지만 다들 유쾌하게 즐기는 그 곳

한국문화와 제품을 참 좋아하는 그 곳

진하면서도 머리 아프지 않은 커피를 맘껏 마실 수 있는 그 곳

 

 

... 여느때처럼 성당 하이랜드에 앉아

그간의 짧은 하노이 생활을 돌아봤다.

그 곳에서 오랜 기간 머물며 면면을 다 들여다볼순 없었지만

내가 받은 인상과 느낌은 저러했다.

 

불쾌한 기억이든

유쾌한 기억이든

이젠 다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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