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JE SUIS CHARLIE

yurinamu 2015. 1. 10. 22:57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으로서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더 많고 실제로 겪은 바도 그렇다. 

가장 가벼운 걸로는 시비, 성추행, 소매치기, 강도 이런 것들...

이십대 중반까지 병원 응급실, 경찰서 등을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몇년 새 아주 들락날락했다. 사소한 것 부터 나름 심각한 일까지. 

자의가 아닌 타의나 불가항력의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밀도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집 밖을 나갈때면 항상 내 몸의 긴장도가 1에서 2, 3정도로 높아지는 걸 느낀다. (중요한 건 집 안에서도 0일수가 없다는 것.) 

어느덧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많이 편안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가서야 주위 사람들에 비해 내 행동이 철저한 방어태세라는 걸 깨달았다. 

소지품을 나와 한몸같이, 잠깐 화장실 갈 때도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걸 보고 친구들은 웃프다 했다.

그냥 놓고 가라는 걸, 안된다고 내꺼라고;;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와 버렸다.

휴대폰을 절대 몸에서 떼지 않고 가끔 한 번씩 주변을 살피며

다른 사람과 몸이 부딪히지 않게 '혼자' 부단히 노력한다. 

습관이 참 무서운 것임을 새삼 깨달았고, 긴장한 나의 모습에도 연민이 느껴졌다.

많이도 힘들었구나. 


예기치 않은 일들로 아프고 괴로워한 만큼 내 자신이 단단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말 두려운 것은, 때로는 비정상적이라 인식해야 하는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날카롭게 대응해도 될 법한 일에 무뎌진다는 것이다. 


7일 테러가 난 그 시각, 나는 마레에 있었다.

지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경찰차와 소방차가 삐용삐용 소리를 내며 달렸다. 

그런가 보다 했다. 항상 그랬으니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주변을 돌고 또 돌았다.

시험을 끝내고 오랜만에 자유를 느낀 탓이었지만 

저녁 때 돌아와 이내 소식을 듣고 아찔해졌다. 


요 며칠 파리는 숨죽여 있었고 침울해했다. 

어제 진압작전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었지만 

그동안 시시각각 언론사에서 보내오는 단신뉴스에 그들의 행방을 주목하며

사건이 일어난 부근에 사는 친구들에 안부를 물었고 

긴장이 최고조였던 어제는 그들도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내게 전화했다. 

한국에서도 내게 시시각각 안부를 물었다. 

여기저기에는 'Je suis Charlie' 문구가 붙었다. 학교, 상점, 박물관, 광장..

"이건 전쟁이야(C'est la guerre).."라고 현지인들이 얘기한 것처럼 

평소보다 휑하고 경계가 삼엄한 거리를 누비는 것이,   

마치 총알을 피해 전장을 돌아다니는 느낌이어서 머리가 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메트로 안에서 사건이 일단락 되었다는 뉴스 알림을 봤다. 

이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마음이 한결 놓임과 동시에

이것이 어쩌면 또 다른 갈등의 서막일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조만간 파리는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내일 바스티유 광장에서는 테러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 및 집회가 있을 예정이란다. 


외국인으로서 발딛고 사는 것이 갈수록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에 적응하면 수월해지기 마련인데. 

그래서 요즘 그렇게 한국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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