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다른 것이 틀린 것일까

yurinamu 2014. 12. 31. 01:42


다른 것이 틀린 것일까

이것과 관련해서는 몇날 몇일을 밤새우고 얘기해도 모자랄 주제이다.



학창 시절 드럼을 배우느라 일주일에 한 번은 야자를 빼야 겠다고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대답은 '안 된다'였다. 너가 그걸 왜 배우냐며, 혹시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가 따라하고 싶은거냐 하셨다. 

난 우선 선생님 머릿속에 있는 그 배우가 누군지도 몰랐고, 반대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드럼은 배울 사람이 따로 있는 건가..  누구를 따라하고 싶어 악기를 배우냐는 말은 더욱 이상하게 들렸다. 

'부모님도 동의하셨고, 일주일에 두 시간, 가까운 곳에서 취미로 배우겠다'는 등의 내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야간자율학습의 규율로 점철해 귀를 닫아버린 선생님께 더 이상 의견 피력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배우러 다녔다)

물론 의아하셨을거다. 얌전히 공부 잘 하다가 웬 악기? 

그러나 그 당시에 난 한 어른의 반대하는 방법에 상처받았던 것이다.

모두가 똑같이 같은 수준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공부해야 했으니까.

나만 튀면 안 되는 거였다.


학생 때부터, 아니 더 어릴 때부터 남과 비교하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 사회는 유독 남과 다른 모습에 낯설어하고 두려워한다.
서로를 의식하며 비슷하게 맞춰살아가는게 꼭 나쁜 건 아니지만
그 외의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점이 특히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나는 평범하게 사는 것 같은데 '특이하다'는 소리를 꽤나 듣고 자랐다.

남들이 다 사는 것, 다 좋다는 것, 다 해본다는 것은 
하나도 하지 않고 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내 맘에 들지 않았으니까. 별 다른 감흥이 없었으니까. 
남의 취향과는 관계없이 진짜 내 맘에 들면 그때서야 내 취향이 되었다. 


유행이 되면 어떤 신발을 사고, 어떤 코트를 사고, 어떤 음식을 먹고

기이현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행은 우리 생활 곳곳에 있었다. 

주변에서 자꾸 하도록 부추긴다.

너 왜 아직 안 샀니? 왜 안 했니? 왜 안 먹니?

...

남에 뒤쳐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으로 무장된,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경험치를 쌓아 그 무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속하려는 

일사분란한 행동대원들 같았다. 


벌써 10여년전..

영화를 봐도 독립영화가 아닌데 자꾸 독립영화관으로 기어들어가고

수십개 매장을 돌아도 비슷한 디자인의 옷만 즐비해 신예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옷을 찾아다니고,

밥을 먹어도 채식한다는 걸 숨긴 채 사회생활이란 명목으로 꾸역꾸역 고기를 삼킨 뒤 소화제를 달고 살았다.

무엇 하나 내 뜻대로 하기가 힘든 사회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위해 엄청난 설명과 주변의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거나 지금은 정반대의 사회에 속해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다 못해 너무 다양해져버린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구 반대편의, 내가 속해있었던 사회를 멀찍이 떨어뜨려놓고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나마 '다름'의 가치가 논의되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을 포용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다. 



나는 소화를 잘 못 시키는, 먹으면 껄끄러운 기분이 드는 붉은 고기류를 먹지 않는다. 

여지껏 쭉 살아보니 소화가 안되는 건 타고난 문제일테고, 먹으면 껄끄러운 건 후천적 효과일거다.

예전에 전직 기자들이 먹거리에 대한 취재파일을 책으로 냈고 번역판이 우리나라에도 나왔었다.

식탁의 혁명, 독소, 코카콜라 게이트 등 놀라운 이야기들을 읽고 조금씩 내게 맞는 식품을 찾기 시작했고 

푸드 마일,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얼 먹지 않아도 늘 메슥거리고 위경련 나서 링거 주사 맞는게 철철마다 계속되었는데 

먹으면 체했던 거의 모든 음식을 피하고 남의 시선과 말보다 내 몸에 집중한 결과 위경련 등 속병이 없어졌다.

(난 세미베지터리언이니) 이것이 채식의 효과라기 보다는 그냥 나를 지키기 위한 외로운 노력의 결과였다고 본다. 


사실 채식 자체보다 그걸 주변에 알리는 것만큼 피곤한게 없다. 

제일 의아하고 웃겼던 반응은, '이효리를 따라 하냐' 였다

응?ㅋㅋㅋ 다시 떠올려봐도 웃기다.

그 여가수가 채식을 하는지 어쩐지도 몰랐던 나는 

학창시절 나의 드럼 사건이 떠오르면서

우리 사회에 연예인이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구나,, 새삼 느꼈다.

이젠 채식도 유행인가 싶고, 남이 하면 따라하는 선택적 다이어트 개념으로 생각하나 싶었다.

신념에 의한 식습관일 수도 있고, 본인의 건강문제일 수도 있고, 또는 그저 취향일 수도 있는데

어린이도 아닌데 자꾸만 영양소 결핍을 운운하거나 마치 지병인 양 캐묻고 

동물보호를 끔찍이 하는 사회운동가 내지는 고기를 먹으면 윤리에 어긋나는 스님처럼 대우하며 비뚤게 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틀 안에 가두어 규정짓길 좋아하고 다른 건 틀린 것으로 치부하는 게 더 불편했다.


무얼 먹든 자기에 맞는 걸 취하거나 먹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사회에서는

나에게 아무도 그들만의 잣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무관심일 수도 있고, 자신들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 역시 끔찍이 싫어한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남과 비교해서 어긋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과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살며 발견하게 된 새로운 가치이다. 

아무리 시덥잖다고 흉보고 번거로운 게 많다고 불평해도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지낼 수 있음이 새삼 감사하다.  

'Ma propre pensée'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er Elvis  (0) 2015.01.13
JE SUIS CHARLIE  (0) 2015.01.10
17 Rue De La Sorbonne  (0) 2014.12.27
NOËL  (0) 2014.12.27
Bon parfum  (0) 201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