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도둑맞아 없어진 물건의 부재를 확인하게 되는 때가 있다.
필요해서 찾아봤는데 아님 갑자기 생각이 나서 뒤져 봤는데 없어졌다는 걸 다시 알았을 때
내 소중한 기억과 물건을 앗아간 그 놈(들)에 대한 원망이 차오른다.
그런데 오늘 책상에 놓인 메모박스 안에서 휘갈겨 쓴 쪽지 몇 장을 발견했다.
내용을 보니 작년 이맘때 쯤 썼나보다. 사실 이것도 제작년 가을을 회상하며 남긴 메모였는데 잊고 있었다.
그렇게 기억은 쪽지를 썼던 1년 전으로, 또 다시 쪽지의 소재가 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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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녹음 파일을 정리하다 길이가 무려 5시간 짜리인 것을 발견했다.
미처 듣지 못한건가 싶어 재생을 시켰는데...
2년 전, '예술의 사회학' 수업시간.
수업이 끝나고 '정지'버튼을 잘못 눌렀는지 수업 이후의 모든 내 발자취가 녹음되었다.
2012년 10월의 내 어느 하루
수업 끝나고 웅성웅성
친구 마리아와 강의실을 빠져나오며 지도교수님, 수업 이야기
비쥬(bisous)
메트로 계단 또각또각,
아치형 통로에 울려퍼지는 사람들 발 소리,
메트로가 들어오고 덜컥- 쾅! 수동문 열리는 소리,
역에서 함께 올라탄 악사의 아코디언 소리,
집 앞 빵집에서 '바게뜨 하나 주세요'
이 모든 소리가 눈 앞에 펼쳐졌다.
나만이 기억하는 한 편의 영화처럼.
1년 전 그날은 이렇게 얘기했었구나.
어디 어디를 갔었구나.
우연한 실수가 선물이 되어 돌아온 것도
꼭 파리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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