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propre pensée

뜻밖의 선물

yurinamu 2014. 11. 14. 06:05


이따금씩, 도둑맞아 없어진 물건의 부재를 확인하게 되는 때가 있다.

필요해서 찾아봤는데 아님 갑자기 생각이 나서 뒤져 봤는데 없어졌다는 걸 다시 알았을 때

내 소중한 기억과 물건을 앗아간 그 놈(들)에 대한 원망이 차오른다. 


그런데 오늘 책상에 놓인 메모박스 안에서 휘갈겨 쓴 쪽지 몇 장을 발견했다.

내용을 보니 작년 이맘때 쯤 썼나보다. 사실 이것도 제작년 가을을 회상하며 남긴 메모였는데 잊고 있었다. 

그렇게 기억은 쪽지를 썼던 1년 전으로, 또 다시 쪽지의 소재가 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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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녹음 파일을 정리하다 길이가 무려 5시간 짜리인 것을 발견했다. 

미처 듣지 못한건가 싶어 재생을 시켰는데...

2년 전, '예술의 사회학' 수업시간.

수업이 끝나고 '정지'버튼을 잘못 눌렀는지 수업 이후의 모든 내 발자취가 녹음되었다. 

2012년 10월의 내 어느 하루

수업 끝나고 웅성웅성 

친구 마리아와 강의실을 빠져나오며 지도교수님, 수업 이야기

비쥬(bisous)

메트로 계단 또각또각,

아치형 통로에 울려퍼지는 사람들 발 소리,

메트로가 들어오고 덜컥- 쾅! 수동문 열리는 소리,

역에서 함께 올라탄 악사의 아코디언 소리, 

집 앞 빵집에서 '바게뜨 하나 주세요'

이 모든 소리가 눈 앞에 펼쳐졌다.

나만이 기억하는 한 편의 영화처럼.

1년 전 그날은 이렇게 얘기했었구나.

어디 어디를 갔었구나.


우연한 실수가 선물이 되어 돌아온 것도

꼭 파리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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