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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랜덤워크], 김태훈

yurinamu 2011. 3. 24. 15:45

 

 

-야생동물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

저자가 D.H.로렌스의 시 구절이라 기억하는 영화 <지 아이 제인 G.I. Jane>의 대사다.

매년 초 부르짖게 되는 '이번에야말로'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되새긴 걸까.. 

 

# 저 사람의 전공은 잡학일까 싶을 정도로 박식한 저자, 그도 슬럼프를 겪을 때가 있었단다.

그 땐 100만개를 잊어버리고 머릿 속에 2-3개만 남는 것처럼 기억 용량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호기심의 문제였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더 이상 세상에 대해 신기한 게 없으니

받아들이는 것도 신통찮다는 선배의 한 마디를 듣고서 비로소 깨달았단다.

저자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보니 딜레마가 생긴 것이다.

어느 새 자기가 즐기지도 않는 일을 남에게 즐기라고 권유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문득,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진정 업으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조바심이 들다가도

즐기면서 하는 일을 어느 경지에 오를 정도로 잘 할 때에만 이런 고민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내가 영화를 소개하면 동생이 분개하고 동생이 영화를 소개하면 내가 분개한다.

전자의 이유는 반전과 결론이 없다는 것이고, 후자의 이유는 이것이 있다는 것이다. 

동생은 이른 바 뜬금없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고 스토리가 분명한 영화를 선호한다.

하지만 뜬금없음 사이에 내 생각을 끼워놓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영화가 탐탁지 않을 뿐이다.

몇 년전 영화관을 들어섰다가 뻔하고 달디 단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 포스터가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나왔다. 좋아하는 영화는 없고 봐야 할 영화만 있어서다.

저자는 한때 예술영화에 심취했다가 헐리웃 영화를 탐하던 시기에 <8마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단다.

실제와 너무도 닮아있어 애써 외면했던 어른스러운 결말을 오랜만에 접하곤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글쎄, 영화는 쉬기 위해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새벽 3시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상한 시간이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에겐 오직 시계에서만 존재하는 시간이니까요.

마치 지도 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지명 같은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