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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한국인을 만나다], 김용신

yurinamu 2011. 3. 24. 12:14

 

 

대한민국의 집단 무의식을 해부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제목대로, 우리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지닌 정서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해 주길 기대했었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정서가 아닌,

별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가도 잠시 다른 나라에 뚝 떨어져 있다가 오면

무언가 다르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우리네 고유의 정서 말이다.

답답할 정도로 여유있는 곳에 있다가 왔을 때 자국민으로서는 처음으로 빨리빨리 문화가 생소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연령에 관계없이 이름을 부르다가 다시 존칭이 이름을 대신하게 되었을 때,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나이 순으로 해결되는, 혹은 감정적인 면이 우선시 될 때 등등 말이다.

 

하지만 심리학이라기 보다는 (고유의 정서로) 발현된 행동을 중심으로 쓴 사회학 저서 같았다.

저자가 정치철학과 사회학을 연구한 사람임을 감안했어야 하나..

더구나 정치, 사회적 현상을 풍부하게 다룬 편도 아니어서 저자의 의도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다.

 

빨리빨리 문화를 분석한 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입을 비롯해 전쟁, 혁명, 민주화운동 등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굴곡과 변화를 겪었다.

사람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화 앞에 살아남기 위해서 뛰어난 순발력과 처세술을 습득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바탕으로 '빨리빨리' 문화가 생겨났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또 한편으로는 고도의 발전을 이룬 나라로 평가받지만

점차 질보다 양을 따지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로 퇴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스피드제일주의와 결과우선주의가 건축, 정책 등 사회 모든 면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무리짓는 것으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한 번 더 이론적 토대를 상기시키는 데 그쳤다.

 

이전부터 문제시 되어왔고 졸속 행정이나 조급증은 지금도 불변한 우리네의 특성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 현상을 보면 과거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더 빨리빨리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이런 정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덧붙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혹은 저자가 생각하거나 겪었던 예시를 풍부하게 제시했더라도 좋았을 것이다.

 

모쪼록 아쉬웠고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