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ace culturelle/*.* (E)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 전시회

yurinamu 2011. 3. 16. 11:06

 

 

 

 

 

 

 

 

3월 15일이 마지막 전시였다.

훈데르트바서 작품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 계기는 이것.

 

 

 

 

알록달록 각기 다른 창문을 단 건물들이 동산처럼 지어져 있다.

똑같진 않지만 서로 닮아 있는 건물들이 모여 하나의 큰 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모든 건물의 윗면에는 잔디가 평평하게 깔려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건물들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모두 푸른 잔디밭으로 보인다고...

 

'수평적인 것은 신이 창조하고, 수직적인 것은 인간이 만든다.' 가 그의 신념이다.

 

건축가인 동시에 화가였던 그는 그림을 그릴 때에도 캔버스를 수직으로 세워 놓고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책상에 눕혀 놓고 그리는 것이 나무 수액 등 자연적인 재료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신념이 그의 작품과 생활 곳곳에 묻어나는 듯 했다.

우간다에서 채취한 황토에 물감을 섞어 그리면서

이런 색은 어디에서도 낼 수가 없다는 그의 말에는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항상 같은 색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관을 지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잠든 자리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인간이 죽는다는 것은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묻힌 곳에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보면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신념을 죽을 때까지 실천한 사람임을 다시금 느꼈다.

 

 그가 작품에 몰두하게 된 배경으로 오스트리아의 특수한 환경과 분위기를 꼽았다.

왈츠를 좋아하고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오스트리아는 이방인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것이 자신만의 세계가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창문에는 표정이 있다고 했다.

사람의 얼굴 중 눈에 해당하기 때문에 창문에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의 건축물이나 회화작품을 보아도 한 건물 내에 같은 모양의 창문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이렇게 창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여기 저기,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생겼다.

 

언젠가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창문이 건물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느꼈다.

그가 디자인한 창문이 참 예쁘고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은 후로는

건물을 볼 때 어울리는 모양의 창문인지,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는지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작품 이곳 저곳에서 가우디의 분위기가 적잖이 엿보였는데 창문에 대한 신념 또한 놀랍도록 닮아있었다.

 

 

 

 

그는 고등학교나 유치원, 쓰레기처리장 같은 공공시설도 디자인했다고 한다.

 

학교나 공장은 더 이상 따분한 건물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둘러보아도 어느 곳 하나 같은 면이 없이 재미있었다.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이 알록달록 건물에서는 일이나 공부를 해도 신바람이 날 것 같았다.

고등학교는 전체가 커다란 갤러리 같기도 하고 마법사가 다니는 학교 같기도 했다.

 

쓰레기처리장은 궁전처럼 생겼다. 특히 2층에는 모자를 씌워 놓은 듯한 배기구가 있었는데

그가 평소에 잘 쓰고 다닌다는 모자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미적인 요소 뿐 아니라 새로운 방법의 내부 설계로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고 하니

친환경적인 디자인이라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유치원은 구엘공원 같은 분위기였다.

건물의 천정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비탈에 초록색 잔디가 넓게 깔려있었다.

야외활동이 많은 아이들이 있는 곳이란 점을 감안한 디자인이었다.

 

 

 

 

 우리나라의 한 건축가가 고목에서 모티브를 얻어 

광화문의 '트윈 트리'라는 건물을 디자인했다는 기사를 봤다.

나무가 자라고 건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골을 건물에 옮겨 표현했는데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났다.

 

그런데 그 특이한 건물도 그렇지만,

이외수의 집과 헤이리의 카메라타도 디자인했다는 그가 인터뷰 말미에 한 말이 인상깊었다.

'건축가의 창작 의지를 이해해 주는 건축주가 많아야 우리 사회의 건축 문화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훈데르트바서 역시 성당을 지을 때,

일정 넓이 이상의 주변 부지를 모두 쓸 수 있도록 조건을 제시해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건축가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훌륭하더라도 이를 현실화하도록 뒷받침해주는 공공기관의 협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주위에는 유리만으로 기둥을 쌓아놓은 듯 번쩍번쩍 윤이 나는 네모난 건물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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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면 기분이 좋다. 비가 오면 모든 것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태양이 비치면 색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음영의 조화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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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것은 꿈을 꾸는 것과 같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꿈에서 깨어 보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예술가는 무릇 자기 안의 느낌을 꿈을 꾸듯 표현할 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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