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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키친

yurinamu 2011. 3. 10. 11:08

 

영화가 울퉁불퉁 하다고 해야하나, 우락부락 하다고 해야하나-

 

우선 포스터는 우리나라 판이 더 아기자기하고 예쁘긴 하나 영화 내용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은 독일 포스터 같다.

포스터를 보고 제목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풍겨 나올 것 같아 독일판 카모메식당 혹은 남극의 셰프를 기대했지만,

여기 이 영화에선 소울 푸드보다 소울 피플이 중심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지노스는 주민들의 보편화된 입맛에 맞춘 동네식당 소울키친을 꾸리며 근근이 살아간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식당 경영에서 최악의 어려움을 겪을 때 애인은 상하이로 떠나고

갑자기 나타난 옛 친구는 식당을 팔아넘기려 한다. 수감 중인 형도 연일 사고를 치고 다녀

주인공의 주위엔 아무도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손때 묻은 보금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천재 쉐프 쉐인과 밴드 친구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맛있는 음식과 매혹적인 음악이 함께 하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차차 이름값을 해 나가는 소울 키친.

이른바 식당 갱생 프로젝트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색깔있는 영상과 유머 때문이다. 

위생과에서 조사를 나와 모든 주방시설과 기기를 위생적으로, 즉 스테인레스로 바꾸라는 말에 풋-웃음이 났다.

(왜 스테인레스만 보면 독일인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깔끔하고 정확하고 차가운 이미지 때문일까-)

이 밖에도 다소 과격한 추나요법으로 척추를 맞추는 장면이나 법정 경매에서 입찰하는 사람이 단추먹는 장면 등

소소한 웃음거리가 양념처럼 등장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쉐프의 맛있는 작품들, 심장을 쿵쿵 울리는 음악과 어우러지는 화려한 조명,

음산하면서도 펑키한 느낌의 독특한 소울 키친 분위기가 참 매력적이다.

 

이 소울 키친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 같다. 그만큼 캐릭터들이 입체적이다.

주인공은 있지만 등장인물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역할을 해내는 듯 하다.

각기 다른 사연과 저마다 가진 매력으로 보여주는 것은 결국,

꼼수는 언젠가 탄로난다는 것,

주변 사람들이 참 소중하다는 것,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