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ace culturelle/+.+ (F)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안네 린젤&라이너 호프만

yurinamu 2011. 2. 6. 23:22

 

 

 

독일에서 현대무용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온 몸에 두루말이 휴지를 감았다가 그것을 도로 풀어낸다.

가만히 있기도 하고 소리도 막 내지른다.

한(恨)을 그대로 표현하려 한국어로 '엄마', '엄마' 외쳤단다.

그랬더니 그 무뚝뚝하던 독일인들이 눈물을 쏟기 시작하는데

감동적이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했단다.

그 분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마도 고스란히 전해졌나보다.

 

 

 

 

오늘 기분좋은 다큐 한 편을 보고 왔다.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가 그녀의 대표작인 '콘탁트호프(Kontakthof)'를 무대에 올리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만드는 주인공은 독일 부퍼탈 출신의 학생들과 이주민 가정의 청소년들이다.

'나는 집시에요'라고 말하는 모슬렘 출신 아이,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는 소녀,

힙합을 좋아하지만 제 멋에 취해 항상 거들먹거리던 학생,

이 모두가 한 번도 춤을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열 달 동안의 춤 연습은 그들의 실력 뿐 아니라 내면의 성장과정까지 여지없이 드러낸다.

 

 

 

 

사랑, 상처, 외로움, 괴로움 등의 감정을 소리와 표정, 몸짓으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손짓 하나, 시선 하나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게 되면(혹은 느끼게 되면) 

진지해지고 외려 눈물이 난다.

감정이 몸짓으로든 소리로든 다른 사람에게 전이될 때 통(通)했다고 하는데

피나 바우쉬와 아이들이 통하고

아이들과 관객들이 통하는 느낌이다.

 

 

실수하고 서툴러도

아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은

초연무대가 열리면서부터 이미 찌릿한 감동으로 전해져온다.

영화를 통해 멋진 공연 한 편을 본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일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된

아이들의 자신감에 찬 눈빛을 보면서 그 이상의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

 

 

 

"난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가에 관심이 있다." - 피나 바우쉬. 194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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