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와 원작소설, 두 편을 다 봤다.
로랑 캉테의 클래스(원제:Entre les murs)가 나다에서 상영한다길래 개봉 첫날 1회를 예매했다:)
몇년 전 영화수업 PT준비 하면서 알게 된 로랑캉테 감독.
교수님께서 99년작 '인력자원부(Ressources humaines)'를 추천해주셔서 DVD를 빌리러 갔었다.
따가운 한 마디. "그런 영화 없는데요."
그.런.영.화.....
수면의 과학, 잠수종과 나비, 도쿄!, 남극의 셰프 등을 물어볼 때마다 가게 주인은 없는 것만 찾냐며 타박하더니
얼마 전 물어 본 논짱도시락에 빵 터지셨다-.-;;; 난 진지했다구;;;;;ㅠ
어쨌든 힘겹게 어찌어찌 구한 인력자원부 파일에다 대고 온갖 불평은 다했다.
제목도 어렵고 구하기도 어렵고 관련 자료도 없었는데,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는지 조사하다보니 흥미가 생겼다.
영화도 아주 괜찮았고, 무엇보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담겨 있어 보고나면 무언가 남는게 있었다.
다시 말해 생각할 시간을 아주 많이 만들어주었다.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뻔 했던 며칠간의 특별 상영을 신문에 난 감독 인터뷰를 보고 알았다.
바로 예매했고 그 덕분인지^^;; 이벤트에 당첨되어 감독의 사인이 담긴 원작소설도 받았다.
작가 프랑수아 베고도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중학교 모습을 현장 스케치하듯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감독 로랑 캉테는 프랑수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100% 리얼에 가까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교실에 CCTV를 설치해 녹화한 필름을 이어붙인듯한 이 영화는 사실이라 더 진지하고 더 유쾌하다.
원제가 왜 'Entre les murs' 인지는 책을 보고 알았다.
교사들 스스로가 학교를 어쩔 수 없이 문제를 겪게 되는, 세상과 단절된 '벽 속 세상'이라고 자조하고 있었다.
"가로좌표에는 앞으로 하고 싶은 걸 써넣고, 세로 쪽에는 실제로 할 수 있는걸 쓰는 겁니다. 한마디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벽 속 세상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타협점을 찾아내라고 가르친다. 이 광경이 별로 낯설지 않다.
* 제 이름은 술레이만입니다. 장래희망은 에어컨 설치기사입니다. 그리고 동사변화가 가장 싫습니다.
- Moi non plus...
* 제 이름은 쿰바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한 성격 한다고 말합니다. 그건 대체로 사실이지만, 남들이 절 얼만큼 존중해주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다. 누구나 존중받기 원하니까. 문제는 아이들도 알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모르거나 간과하기 때문이다.
* 토니 파커는 키가 큽니다. 그가 기자 옆에 서면 키가 작은 게 기자입니다. 이상. 메주트.
- 엉뚱한 자기소개로 웃음을 담당하는 애들이 꼭 있다. 당시에는 피식 웃게 되지만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 몰입하는 한 분야에서 크게 인정받기도 한다.
"손가락을 올리고 얘기해야지."라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버릇없는 아이의 행동에 주의를 주려는 선생님의 '지도'로 볼 수도 있지만
내겐 그게(수업시간에 언제든 질문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행위로 비쳐졌다. 일방적인 이야기만 있었던 교실 모습에 길들여져 였을까. 퍽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선생 말이, 자기는 어렸을 떄 어머니에게 '넌 뭘 해도 제대로 하는게 없어'라는 말을 계속 듣고 자랐다더군요. 그 말 한마디로 모든 걸 알 수 있었지 뭡니까."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을 중요시하고 화를 제대로 다스리는 사람을 성인이라 간주하는 프랑스인들의 성향을 잘 알 수 있는 대사였다.
주인공이 프랑스어 교사로 등장하는 덕분에(?)
가물가물했던 불어 문법과 단어를 공부하는 효과를 보았다.
이참에 DVD를 사서 공부해볼까 생각중이다. 슬랭이 많이 나오니 대사는 좀 선별해야겠다.
* 전치사 a+목적보어→y, 전치사 de+목적보어→en
* 2프랑 건지다; '싸구려다', '명분이나 볼품이 없다'는 뜻
* 15분간 유명해질 기회; 1968년, 앤디 워홀, 하나의 예술작품이 관객에게 관심받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5분
* 장대비: corde(줄), 뿔: corne
영화는 역시 프랑스 영화답게 '뚝' 끝난다.
운동장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어우러져 축구를 하고 카메라는 이들의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텅 빈 교실을 비춘다.
어지럽게 널린 책걸상이 학기를 마친 후련함, 어지러움, 해방감, 무질서함 등을 보여주는 듯 하다.
수능 다음날 교실을 찍은 사진이 예전 휴대폰에 있었다. 그 때 그 모습과 흡사했다.
저마다 사회에 나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우리들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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