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문장에 감탄 또 감탄...
재밌어서 카페에 앉아 히죽히죽 거렸다.
가끔씩 푹 빠지는 재미를 선사하는 알랭 드 보통^ㅡ^
- 어떤 언어의 문학작품에도 룸서비스 메뉴만큼 시적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 정신 가운데 선사시대에 속한 부분,
즉 나무에서 나는 모든 날카로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해석하도록 훈련된 부분이 ...소리에 반응을 한 것이다.
- 하늘에서의 으르렁거리는 엔진소리,
아직 잠이 덜 깬 가정을 방문한 배달 사원이 앙심을 품고 일부러 끈질기게 초인종을 눌러대는 것
- 하루 전 부주의하게 낸터컷 해협을 가로지르던 갑각류의 깔쭉깔쭉한 형체가 가득 찬 상자들을 내리려고 화물칸을 열었다.
공감1. 지붕의 무게는 1만 8,000톤이다. 그러나 그것을 받치는 강철 기둥들은 자신들이 받는 압력을 거의 느끼지 않는 듯 하다....모름지기 짐이란 이렇게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삶의 무게, 형언할 수는 없지만 아주 가끔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일러주기라도 하듯
공감2. 터미널에는 곧 하늘로 올라갈 비행기의 여행일정을 알리는 스크린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다.
- 출발지와 목적지, 그리고 시간만 보여준다. 무심한 듯 써있는 몇 글자에 더 두렵고 설렌다.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해서 이 앞에 서 있는지 스크린은 알 리 없다. 저자가 말했듯 외려 우리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나라로 떠나는 일이 얼마나 쉬운 지 보여주는 것 같다.
공감3. 항공사가 성과급 체계를 아무리 교묘하게 짠다고 해도, 직원들이 고객을 대할 떄 반드시 이 약간의 호의를 추가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능력을 주입할 수는 있지만, 인간애를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것도 같은데;;;갑자기 대한항공 언냐들이 떠오르는 건 왜지?? 규정된 미소라고 하니 속상하지만;;한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던 그 아름다운 미소는 업무가 아닌 그냥 호의라고 기분좋게 생각하고 싶다.
공감4. 부모는 세계 자본주의의 진정한 인력자원부
- 사원이 잘 해야 팀장님도 키운 보람이 있을 터인데..^^
공감5. 우리 대부분은 치명적인 재난에 가까운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야만 일상생활에서 좌절과 분노 때문에 인정하지 못했던 중요한 것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 그걸 알면서 항상 또 깨닫는 건 왜일까?
공감6. 사람들은 과거 밑에 줄을 긋고 싶을 떄, 외적인 변화가 내적인 변화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을 떄 구두를 닦는다.
- 그러고 보니 나도 특별한 날 구두를 닦는다. 문제는 특별하고 싶.을.때.만. 닦는다는 것-.-;; 모름지기 구두를 잘 관리할 줄알아야 진정한 멋쟁이라고 했는데.. 오랫동안 몸에 지니고 다니는 만큼 구두에는 사람(주인)이 묻어나나 보다.
공감7. 스캐너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다 보면 혹시 내가 집에서 나설 때 가방에 폭파장치를 감추어 온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몇달 동안 테러리스트 훈련과정을 밟은 것은 아닌지 자문하기 시작한다.
- 이 잠재적인 죄책감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서 연유한 본성이란다. 역시 나만 두근거리는게 아녔어...
공감8. 저널리즘은 오래 전부터 인터뷰라는 관련에 매혹되었는데, 그 밑에는 접근에 대한 환상이 놓여있다.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세상을 운영하느라 바쁜 머나먼 인물이 기자에게는 마음을 열고 가장 깊은 자아를 드러낸다는 환상.
- 인터뷰의 매력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이지만 이는 환상에 머물기도 하고 현실이 되기도 한다. 인터뷰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기자 본연의 임무를 해냈다는 자긍심과 업무능력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공감9. 지혜로운 여행사라면 우리에게 그냥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기보다는 우리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으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 이 정도 여행사라면 자리 하나 깔아도 될듯;;
알랭 드 보통은, '작가가 아닌 일반 회사원이었다면' 이라는 자문에 여전히 무책임하고 주관적이고 약간 별나면서도 세상에 대한 보고가 담긴 글을 쓰겠다고 답한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공항은 화성인이 온다면 가장 먼저 구경시켜 주어야 할 장소로 꼽을만큼 그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이다.
한 나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국제적인 곳.
그 곳에 있을 때 설렘과 아쉬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 눈을 둘 수 없었던 공항 곳곳을, 그곳에서 하숙(?)한 그의 눈을 통해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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