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ace culturelle/*.* (E)

[리빙라이브러리] 빅이슈코리아

yurinamu 2011. 5. 13. 10:42

 

 

리빙라이브러리(Living Library).

몇년 전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라는 책을 보고 영국에서 시작한 이 운동을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사람책을 대출해서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소통하는 것이다.

직업과 개성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을 받았고,

이렇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리빙라이브러리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그 기회가 온 것이다.

 

명동성당에서 주최한 리빙라이브러리에서

빅이슈코리아 홍보팀 담당자 박효진 님을 만났다.

영국에서 홈리스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 빅이슈는

잡지 판매권으로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자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일방적인 자금 지원이나 봉사가 아닌 그들 스스로 사회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사실 빅이슈(The Big Issue)를 처음 본 것은 작년 겨울이다.

아침 사당역을 지나다 생소한 이름의 잡지 가판대를 보았다.

으레 있는 무가지나 잡지 판매대인 줄 알고 지나쳤는데, 

얼마 후 TV에 방영된 것을 보고 빅이슈란 이름을 알게 되었고

이후 <지식채널 e-6>에도 실려 인상깊게 봐두었던 터다.

 

그리고 점점 궁금해졌다.

본거지 영국에서와 달리 우리나라의 빅이슈코리아는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등등..

청소년문화공간 주에서 박효진 님으로부터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른, 조금 특별한 형태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빅이슈.

본거지에서 빅이슈를 접한 사람들 사이에서 온라인커뮤니티가 구성되었고

비영리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업단 형태로 출자한 것이다.

그리고 작년 5월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7월 창간호를 발행하고 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수도권(주로 서울)의 거점지역에만 한정되어 있는 판매처를 더 확대하고

빅이슈의 취지와 성격에 부합하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좀 더 안정적인 운영형태를 갖추고자 한다.

더욱이 내년이면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원받을 수 있는 기간이 만료되는 터라 탄탄한 기반을 갖추어 놓는 것이 시급해보였다.

 

빅이슈가 이전의 사회보장 체계와는 다른 생소한 시스템인만큼 우리나라에 정착하기까지,

하나의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기까지 무척이나 힘겨웠다고 한다.

형태를 갖추고 공공기관(지하철)과 시의 협조를 받는 일 하나하나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하니 그 고충이 매우 컸겠구나 싶었다.

새롭게 개척한(?) 길이 앞으로 다양한 선례이자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했다.

 

그 밖에도 장소를 왜 지하철역으로 정했는지,

컨텐츠 선정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발행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는지,

20-30대 여성을 타깃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기사는 누가 쓰는지 까지 물었다.

 

특히 컨텐츠를 선정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통계조사 결과 가장 트렌드에 민감하고 구매에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 독자층이 젊은 여성들이었고,

이들 사이에서 신선하고 특색있는 이슈가 될 만한 컨텐츠를 주로 싣는다고 했다.

때문에 시사보다는 가벼운 가십, 문화 기사가 주를 이루고

소속된 INSP(세계길거리잡지협회)에서 공유하는 해외 소식들을 싣기도 한다.

일종의 외신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빅이슈만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했기 때문인지

젊은 층 사이에서 홍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 대학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다고 한다.

깊이 있는 컨텐츠를 고민하며 앞으로 빅이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빅이슈 판매사원들에게는 10가지 빅판수칙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배정받은 장소에서만 판매한다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 장소는 어떻게 선정하고 배정되는지 궁금했다.

일단 고정된 장소에서 활동해야 판매관리가 가능하고 일정부분 홍보효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부분이 더 크겠지만 장소를 두고 빅판들의 자리경쟁과 견제도 적지 않을 듯 했다.

이 질문에 빅판들과의 궁합을 가장 먼저 본다고 한 말이 신선했다.

빅판들의 각기 다른 성향을 파악해 유동인구가 많고 적은 지역에 각각 분배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어 한 장소를 고집하거나 연고가 있는 곳을 꺼리는 경우도 감안한다고 했다.

지역 특성 뿐 아니라 개인사정까지 이것저것 고려해야 하니 여간 신경 쓸 일이 많은 게 아니다.

 

하루 수익의 50%는 저축한다는 수칙도 있다.

초기에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면도 있었지만 빅판들의 수익을 직접 관리하고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을 깨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성공한 사례도 들려주었다.

처음 빅판이 될 때 잡지 10부를 제공하고 이후로는 본인의 능력치에 맡기는 판매방식처럼, 고시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첫 달만 지원해준다.

이후로는 자신의 주거할 공간에 대해 전적으로 의무와 책임을 진다.

이 수익금을 꼬박꼬박 저축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다가 얼마 전 임대주택으로 독립한 경우도 몇 있다고 했다.

독립한 사례가 본인에게는 제2의 인생을 만든 것으로 큰 의미가 있겠지만

다른 수많은 홈리스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작년 7월 첫 발간 이후 빅이슈 창립국 자격으로 홈리스월드컵에 초대를 받아 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홈리스 선수들과 교감하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북돋우면서 고무되는 효과가 컸다고 한다.

참가했던 선수들이 좀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정경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실감했다고.

 

올해에는 파리로 간다.

출전 선수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하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결과보다도 그 곳에 가서 좋은 자극을 많이 받고 돌아와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불어넣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Espace culturelle > *.* (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꽃  (0) 2011.05.22
[유르겐텔러 사진전 TOUCH ME]  (0) 2011.05.19
Design & Art Fair 2011 (2)  (0) 2011.04.29
Design & Art Fair 2011 (1)  (0) 2011.04.29
카쉬(KARSH) 전  (0) 201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