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저자의 인상처럼 글이 편안하다.
곱게 갈려 보송보송한 느낌이 나는 봄날의 흙 같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던 터라
박완서님의 글은 요맘때 쯤 읽기가 좋다.
조곤조곤 풀어내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기도 하고
감상에 잠기기도 한다.
어른 말씀으로 듣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나와는 다른 세대를 사신 분이니-
특히 '식사의 기쁨'에서
우리네 집밥에 대한 애정을 에피소드에 담아낸 것이 재밌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김여사의 서운함이 담긴 '개애'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된다.
말 한마디에서 우리나라 밥문화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같은 레이몬드 카버의 단편집 [대성당] 소개에서는
밥을 통한 애정이 비단 우리네 이야기만은 아니란 걸 새삼 느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되었든 구수한 향이 진동하는 빵이 되었든
소울푸드는 누구의 삶에 있어서나 가치있는 법이다.
# 이렇게 되기까지 소리없이 나를 스쳐간 건 시간이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줬다. 그렇다면 시간이야말로 신이 아니었을까.(본문중)
- 인생선배, '어른'의 말씀.
#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나의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 치는 버릇부터 고쳐볼 생각이다. (본문중)
- 책장 귀퉁이를 접는 것조차 꺼리는 내게 밑줄치기란 더없이 어려운 버릇일 듯.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쳐 둔 밑줄을 다시 읽는다면 그 문장의 유려함보다 당시 마음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디에 끌렸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남의 글을 통해 나를 볼 수 있는 책거울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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