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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앨리 러셀 혹실드

yurinamu 2010. 4. 14. 15:36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이스크림 가게인데다 유동인구가 많아 첫 아르바이트로 경험하기엔 적합한 장소같았다.

하지만 그 제품이 외국브랜드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었고 위치도 소위 여유있는 동네의 백화점과 맞닿아 있어

비교적 교양있는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며칠을 가지 못했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면서도 사람들은 참 다양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반말은 예사다.

두툼한 수표봉투를 꺼내보이며 돈자랑을 하는 사람부터

50개 포장 후 안 산다며 그냥 가버리는 사람, 양이 적은 것 같으니 자기가 담겠다는 사람,

규정을 무시하고 벌크 째로 사겠다는 사람, 리필해달라는 사람, 편의점에서 산 것처럼 딱딱하지 않다며 소리지르는 사람 등등...

 

처음엔 왜 저러나 싶어 황당하고 억울했다.

하지만 마음에 있는 소릴 하자니 더 진상을 부릴 것같아 그만두곤 했다.

어느날 힘들어하는 내게 매니저님이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우리가 아침에 기분나쁜 소릴 들었던, 속상한 일이 있었건 관심없어.

그냥 돈을 지불하고 원하는 걸 얻어가는 손님으로 왔을 뿐야."

머리가 띵 했다.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을 사는 손님이 매장 직원 기분 맞춰가며 눈치봐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기본적인 예의도 없나?'는 생각이 불쑥불쑥 밀려온다.

최소한의 배려를 기대하는 것도 사치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몸소 배우면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이를 '감정노동'이라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직업이 스튜어디스다. (모두 그런것은 아니지만) 항공사를 떠올리면 따뜻한 미소를 짓는 스튜어디스를 연상한다.

항공사가 원하는 이미지대로 감정을 상품화한 때문이다.

 

20세기 철저한 육체노동과 두뇌노동이었다면 현대판 노동은 감정노동이다.

때문에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마케팅도 중요하고 만족할만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자신의 감정만 있고 남의 감정은 메마른 고객은 정당한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